- 알지(矢-8)말씀 언(言-0)의지(丿-3)가리킬 위(言-9)

그림을 비롯한 갖가지 예술의 세계는 사람들의 접근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다. 뛰어난 예술가들이 드물다는 점만 보아도 그런 것 같다. 어디 그뿐인가. 창작은 제쳐두고 감상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교육이나 훈련을 어느 정도 받아야 한다. 어설프게 다가가서 괜히 아는 체 했다가는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문학은 좀 다른 듯하다. 문학도 예술이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다른 예술과 달리 쉽게 입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쓰는 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리라. 실제로 한글을 배우고 익힌 기간이 별로 길지 않은 초등학생이나 할머니가 시를 지어서 감탄을 자아내는 일이 적지 않다. 다음 시를 한 번 보라.



“아침을 먹다가 / 동생이 날 보고 머라 해서 / 눈물이 나온다 / 어머니가 / ‘눈물도 썩어 빠졌다. / 고마 눈을 콱 쑤셔 불라’ / 하니 할머니가 / ‘눈을 쑤시면 눈물이 / 더 나오라고?’하신다. / 나는 눈물이 썩어 빠졌다”



경북 안동 대곡분교 3학년 남경자 어린이가 쓴 ‘눈물’이라는 시다. 일상의 경험을 참으로 아무런 꾸밈이 없이 자연스럽게 묘사했다. 묘사된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다. 어린아이조차 이런 감동적인 시를 쓸 수 있다면, 더 깊고 넓게 공부하고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이라면 그 표현이 얼마나 더 다채롭고 생동하겠는가?

어쩌면 누구나 쉽게 말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언어가 곧잘 혁명의 불씨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아울러 분열과 음해, 왜곡과 선동의 주범 또한 주로 언어였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에 대한 가짜 뉴스들을 보라! 인터넷과 휴대폰은 날마다 언어의 막강한 파급력을 절감하게 해준다. 만약 자각하지 못한 채 또는 불순한 의도로 말을 퍼뜨린다면? ‘문자’ ‘微明(미명)’에서 “唯知言之謂乎?”(유지언지위호) 즉 “오직 말이 가리키는 바를 알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으나, 그게 어디 쉬운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