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위 (爪-8)하늘 천 (大-1)아래 하 (一-2)귀할 귀 (貝-5)

언어는 칼날과 같다. 그 예리함 앞에서는 어떠한 사물도 현상도 둘로 갈라진다. 이는 언어의 본질이며 힘이다. 거기서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구성진 표현도 나오고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을 끌어내는 자극적인 주장도 나온다. 이런 언어는 인간의 이분법적인 사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노자가 경계한 것도 이것이다.

‘죽간본’ 15-3은 이러하다. “故不可得而親, 亦不可得而疏; 不可得而利, 亦不可得而害; 不可得而貴, 亦不可得而賤. 故爲天下貴.”(고불가득이친, 역불가득이소; 불가득이리, 역불가득이해; 불가득이귀, 역불가득이천. 고위천하귀) “가깝다 할 수도 없고 버성기다 할 수도 없으며, 이롭다 할 수도 없고 해롭다 할 수도 없으며, 귀하다 할 수도 없고 천하다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천하의 귀한 것이 된다.”

본디 이 말은 ‘道(도)’에 관한 것이다. 도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늘 가까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사물과 현상 이면에 숨어 있거나 그 너머에 있어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마치 없는 듯이 여겨지거나 아득히 멀리 있는 듯이 여겨진다.

이런 까닭에 가깝다고 할 수도 없고 버성기다 할 수도 없다. 그러나 가깝다고 해도 옳고 버성기다 해도 옳다. 또 도는 없는 곳이 없으므로 밝은 데에도 있고 어두운 데에도 있으며, 구중궁궐 안에도 있고 시궁창 속에도 있다. 이롭다 생각하면 이롭고 해롭다 생각하면 해로우며, 귀하다 여기면 귀하고 천하다 여기면 천하다.

가깝다, 버성기다, 이롭다, 해롭다, 귀하다, 천하다 따위는 모두 도에 대한 가치 판단에서 나온 표현이며, 도의 한 귀퉁이만 건드리는 표현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의 극단적인 판단이나 표현에 익숙해 있고, 그 익숙함으로 사물과 현상을 一刀兩斷(일도양단)하는 일이 잦다.

진보니 보수니,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용어 하나로 수많은 사람, 개성적이고 다양한 사람을 무 자르듯이 둘로 가르고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天下貴(천하귀)’ 곧 천하의 귀한 것을 놓쳐버렸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