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롱 관 (竹-8)볼규 (穴-11)곧즉 (刀-7)비뚤 왜 (止-5)

최근 자유한국당의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세 의원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유가족들, 국민을 모욕하는 망언을 일삼아 지탄을 받고 있다. 5.18을 폄훼하는 그런 망언은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인데, 어찌하여 그럴까? 상식에 어긋난 망언을 공공연하게 쏟아내는 이유는 그 머리와 가슴이 특정한 이념이나 원칙에 감염된 탓이다.

특정한 이념이나 원칙에 감염되어 있으면 그 생각과 감각이 좁은 틀 속에 갇혀 다른 주장이나 사상을 인정하기는커녕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以筦窺天，以蠡測海，以筳撞鍾”(이관규천, 이려측해, 이정당종) 곧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 표주박으로 바닷물을 재고, 대오리로 종을 치는” 격으로 편협하게 세상을 본다. 이를 줄여 ‘管窺蠡測(관규려측)’이라 한다.

하나의 이념이나 원칙만을 고집스레 주장하면, 좁은 틀 속에 갇히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그 이념이나 원칙 또한 썩는다. 그리하여 애초에 건전하고 합리적이어서 正(정)이라 일컬어졌던 이념과 원칙도 차츰차츰 비뚤어져 不正(부정)한 ‘歪(왜)’가 되어버린다.

管窺則歪(관규즉왜)! 이념의 歪曲(왜곡)은 그 이념을 고수하는 이의 관점이나 시각, 판단까지 왜곡시킨다. ‘水隨方圓之器(수수방원지기)’ 곧 그릇에 따라 물의 형태가 달라지듯이.

사유가 왜곡된 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바를 리 없음은 당연하다. 그런 자가 외치는 자유는 참된 자유가 아닐 것이고, 그런 자가 주장하는 안보나 애국도 진정한 안보나 애국이 아닐 것이다. 그런 자의 정치는 인민이 생각하는 정치가 아닐 것이고, 그런 자가 바라보는 역사 또한 올바른 역사가 아닐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사 국정교과서가 왜 논란이 되었던가?

지식인이 曲學阿世(곡학아세)를 해도 그 폐해는 심각한데, 하물며 권력을 가진 자가 잇속으로 왜곡을 일삼게 되면 그 폐해가 얼마나 클까?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들을 보라.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