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이(人-3) 없을 무(亠-1) 일사(亅-7) 얻을 취(又-6) 하늘 천(大-1) 아래 하(一-2)

‘죽간본’ 16-1에서 노자는 “以亡事取天下”(이무사취천하) 즉 “일 없음으로 천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천하를 차지한다는 말은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근대 이전에 동아시아에서는 民心(민심)이 天心(천심)이어서 천심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여겼으므로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곧 천하를 얻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하는 일도 없이 천하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일이 없어서야 가까운 사람의 믿음조차 얻기 어려울 텐데.

일 없음을 뜻하는 亡事(무사)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망칠 일, 망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선 구절을 따른다면, 正(정)이 아닌 不正(부정)으로, 奇(기)가 아닌 歪曲(왜곡)으로 일을 꾸미거나 목적을 이루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정과 왜곡으로 목적을 이루더라도 그것은 沙上樓閣(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은 무고한 생명들이 허망하게 스러져간 사건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부터 시작된 권력의 언론과 방송 장악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는지를 백일하에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언론과 방송은 청와대의 안이한 대응과 정부의 무능하고 무성의한 일 처리, 유족의 호소와 사건의 진실 따위를 은폐하거나 축소 보도했으며, 일부 방송과 언론은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그 후로 한국의 언론과 방송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KBS가 지난해 미디어 신뢰도 자체 조사를 한 적이 있다. JTBC의 신뢰도가 가장 높아 37.7%였고, KBS는 19.8%, SBS는 6.8%, MBC는 6.4%였다. 지상파 3사의 신뢰도를 합해도 JTBC에 미치지 못했다.

JTBC가 공정성과 객관성에 입각한 보도를 한 반면 지상파 3사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거나 권력 눈치를 보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저버린 결과였다.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곧 천하를 잃은 것 아닌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