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찌 하(人-5) 써이(人-3) 알지(矢-3) 그기(八-6) 그러할 연(火-8)

노자는 “以正治邦, 以奇用兵, 以亡事取天下”(이정치방, 이기용병, 이무사취천하) 곧 “똑바름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구부림으로 군대를 부리며, 일 없음으로 천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吾何以知其然也?”(오하이지기연야?) 즉 “내가 어떻게 그러한 줄 아는가?”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 노자는 어떻게 그러한 줄 알았을까?

20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논어’ ‘도덕경’ ‘맹자’ ‘장자’ ‘관자’ ‘손자병법’ 따위를 탁월한 고전이라면서 읽기를 권한다. 21세기에도 유용하고 유익한 정보가 담뿍 담겨 있다면서. 아닌 게 아니라 2000년 넘게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이들 고전이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이나 국가 경영의 요체를 설파한다면서 신주 모시듯 모셔 왔다. 게다가 식견이 좀 있는 지식인이라면 이들 고전에 제각각 주석을 달아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남아 전하는 그 숱한 주석서들을 보면, 저 고전의 세계가 마치 함부로 넘볼 수 없는 鐵甕城(철옹성) 같고 도저히 꿰뚫을 수 없는 銀山鐵壁(은산철벽)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런 한편, 의문도 든다. 참으로 시대와 국경을 넘어 모든 인간에게 유익하고 유용한 가르침이 담겼다는 그 고전들을 왜 그토록 이해하기 어렵다고들 하는가? 참으로 보편적인 이치나 원리, 깨달음을 담고 있다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비록 실천하는 일은 어렵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왜 아무나 읽고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학문적 훈련을 거치고 특별한 기술을 갖추어야만 알 수 있는 것처럼 말들 하는가? 전문가들이 남긴 그 숱한 주석서와 각양각색의 해석은 정말 믿을 만한가? 정치 문제든 사회 문제든 그것은 모두 인간 삶 속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누구나 보고 듣고 경험하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실을 직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편견 없이 사실과 현상을 바라보고, 전제 조건을 시험해 보고, 결론이 나올 때까지 따져보고 논의하려고 하는 자발적인 태도만 갖춘다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