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춘(日-5) 올래(人-6) 아닐 불(一-3) 같을 사(人-5)

엘리엇(T. S. Eliot, 1888∼1965)은 시 ‘황무지’에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고 4월을 노래했다. 산모가 아기를 낳을 때 산고를 겪듯 차가운 대지에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는 일은 참으로 힘들고 괴롭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가장 잔인한 달’이다.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달은 언제일까? 2월이면 대학마다 졸업식이 있다. 이제 4년 만에 제때 졸업하는 이들보다 졸업을 유예하는 이가 더 많은 시절이 되었으니, 그 풍경도 감회도 예전과 사뭇 다르리라. 학위복을 입은 이들,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은 어떤 심정일까?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시작된 길고 긴 학습과 고단했던 시험공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이제는 그 결실을 맘껏 누리면 된다고 안도하며 만족할까?

대학에 들어가면 무언가 자유롭게 스스로 열정을 갖고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룰 길을 찾으리라 여기는 이가 아직도 많지만, 그게 천만의 말씀임은 대학생이 가장 잘 안다. 일찌감치 취직 공부에 돌입하고, 좋은 직장 얻겠다고 학점에 목숨을 건다. 취직 하나에 자유는 속박으로 돌변하고, 열정은 고달픈 한숨과 불안으로 대체됐다. 그나마 취직과 더불어 졸업하는 이들은 낫다고 하겠으나, 그렇다고 그 앞길이 탄탄대로일까?

20대를 靑春(청춘)이라 하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은 분명 인생의 봄을 맞고 있다. 그러나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다! 청춘들의 봄은 봄 같지가 않다. 그들 자신도 그렇게 느낄 것이고, 주위에서 보는 이도 그렇게 느낀다. 이는 꼭 시절이 하수상해서도 아니고 그들이 발 들여 놓는 사회가 거칠고 잔인하며 몰인정해서도 아니다. 태어난 뒤로 대부분 인생 동안 꾸준히 교육받았음에도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고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릴 갖가지 문제를 당황하지 않고 풀어갈 능력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코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교육의 실패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