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사(亅-7) 할위(爪-8) 속일 궤(言-6) 말 잘할 변(辛-14)

‘문자’ ‘上義(상의)’에 나온다. “亂世卽不然, 爲行者相揭以高, 爲禮者相矜以僞, … 事爲詭辯, 久稽而不決. 無益于治, 有益于亂.”(난세즉불연, 위행자상게이고, 위례자상긍이위, … 사위궤변, 구계이불결, 무익우치, 유익우란) “어지러운 세상은 그렇지 않아서, 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은 서로 높임으로써 고상한 체하고, 예법을 실행하는 자들은 서로 치켜세움으로써 속이고, … 일마다 궤변을 늘어놔 오래 헤아려도 풀리지 않는다. 이런 짓들은 다스림에 도움이 안 돼고 어지러움을 더할 따름이다.” 춘추전국시대에 비일비재했던 ‘下剋上(하극상)’은 지배 계층에서 일어난 ‘그들끼리의 배신’이었지 민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태였다. 자식이 아비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았든, 신하가 왕을 내쫓거나 죽였든, 민중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권력의 변동이 극심한 가운데서 세상의 타락과 禮樂(예악)의 붕괴를 한탄하며 새롭게 士人(사인) 지식인이 등장했는데, 그들도 대부분 민중의 고단한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경쟁 지식인을 비방하거나 음해하는 일에 열중했다. “민심은 천심이다”는 그런 권력자와 지식인이 툭 하면 내뱉던 말이다. 민중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노자는 바로 그런 권력자들과 지식인이 예법을 운운하면서 위선을 저지르는 것을, 인민을 오로지 억압과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며 통제하려고만 한다는 사실을, 직시했을 뿐이다. 노자는 편견 없이 바라보고 하나하나 따지고 견주면서 논의를 펼쳐 나름의 결론에 이른 뒤 無爲(무위)와 亡事(무사)의 처방을 내렸다. 무위와 무사는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성을 따르고 상식을 좇아 지배층의 논리와 궤변에 물들지 않는 태도이기도 했다. 반면, 우리 시대의 교육은 자발적인 사고와 논의를 차단하고, 엘리트 의식에 젖은 전문가 집단이 강조하는 지식과 편향된 해석을 주입하여 대중을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존재로 만들어 통제 체제에 안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주인으로 서게 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로 길들이는 교육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