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천(大-1) 많을 다(夕-3) 꺼릴 기(心-3) 피할 휘(言-9)

이제 ‘죽간본’ 16-2다. “夫天多忌諱, 而民彌叛; 民多利器, 而邦滋昏; 人多智, 而奇物滋起; 法物滋章, 盜賊多有.”(부천다기휘, 이민미반; 민다이기, 이방자혼; 인다지, 이기물자기; 법물자장, 도적다유) “무릇 천하에 꺼리고 피해야 할 것이 많을수록 민중은 더욱 돌아서고, 민중에게 이로운 기물이 많을수록 나라는 더욱 어두워지며, 사람들에게 알음이 많아질수록 기이한 물건이 더욱 생겨나고, 법령의 조항이 불어날수록 도적도 덩달아 많아진다.”

忌(기)는 꺼리다, 싫어하다는 뜻이다. 諱(휘)는 꺼리다, 피하다는 뜻이다. 彌(미)는 두루, 더욱을 뜻한다. 叛(반)은 돌아서다, 배반하다는 뜻이다. 滋(자)는 붇다, 더하다, 더욱을 뜻한다. 昏(혼)은 어둡다는 뜻이다. 奇物(기물)은 정도를 지나쳐서 만든 물건을 뜻한다. 章(장)은 글, 단락을 뜻한다.

여기서는 노자가 앞서 말한 “以正治邦, 以奇用兵, 以亡事取天下”(이정치방, 이기용병, 이무사취천하)라는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직시한 사실 또는 근거, 차근차근 따지고 논의를 펴가면서 풀어낸 진실이 나열되어 있다. 먼저 ‘天多忌諱(천다기휘)’ 즉 천하에 꺼리고 피해야 할 것이 많다는 말은 인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요소가 많다는 뜻이다.

인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고안하고 활용하는 일은 독재나 전체주의의 특징이다. 20세기에 인류와 문명을 위협했던 파시즘은 대표적인 전체주의다. 파시즘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대중의 사고와 심리를 지배했는데, 처음에는 그 교묘한 이데올로기와 술책에 속았던 대중도 결국 돌아섰다. 民彌叛(민미반)! 누구도 통제와 억압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물들어 민족이나 인종, 종교가 다른 이들에게 폭력을 일삼는 무리가 없지 않으나, 그런 무리의 호소력과 행동반경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중은 어리석어서 교묘하고 치밀하게 통제하고 억압하면 순응하기만 하고 깨어날 줄 모를 것이라 여긴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