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법 (水-5) 것물 (牛-4) 더욱 자 (水-9) 단락 장 (立-6)

흔히 시황제의 진 제국은 가혹한 법령과 형벌로 말미암아 무너졌다고 말하는데,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멸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는 볼 수 있다. 진 제국의 정교하고 촘촘한 법령과 대비되는 ‘約法三章(약법삼장)’이 나오게 된 배경도 거기에 있다. 漢(한) 高祖(고조) 劉邦(유방)이 관중 땅에 들어간 뒤에 “父老(부로)들에게 세 가지 법만을 약속하니,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남을 상하게 한 자와 도둑질한 자는 그 죄에 따라서 처벌한다. 이것만 남기고 진의 법은 모두 폐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항우를 누르고 천하를 차지한 뒤에는 삼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다. 이에 “천하가 이미 안정되니, 명하여 蕭何(소하)에게 율령을 정하게 하고, 韓信(한신)에게 군법을 펴게 했다.” 소하는 진의 법을 모아서 현실에 맞는 것을 취하여 九章律(구장률)을 제정했다. 그리고 전쟁을 계속 일으켰던 武帝(무제) 때에는 대대적으로 법률을 수정해 법망을 촘촘하게 짜고 징벌 기능을 강화했다. 그것은 “백성이 가난하여 곤궁한 백성이 법을 어기고, 혹독한 관리가 마음대로 법률을 적용하여 처벌하며, 법을 어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제의 조처로 법을 어기는 자가 줄고 사회도 안정되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못했다. 소박한 민중이야 생각과 삶이 단순하므로 법망이 촘촘하든 느슨하든 상관이 없었으나, 간교한 자들은 촘촘한 법망일수록 더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다. 경제적·사회적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새로운 법률과 법 조항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지만, 범죄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권력 있고 재력 있는 자들, 간교한 자들은 오히려 법망을 비웃으며 빠져나간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난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자는 “法物滋章, 盜賊多有”(법물자장, 도적다유) 곧 “법령이 불어날수록 도적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과연 지금처럼 법령을 계속 늘리고 촘촘하게 펴면 도적이 줄어들까? 그것으로 法治(법치)가 이루어질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