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루 박 (十 -10) 베풀 시 (方-5) 에게 어 (方 -4) 백성 민 (氏-1)

공자도 노자도 모두 聖人(성인)을 말하지만, 이 성인은 불교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종교적 성인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니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하는 성인이다. 노자는 장자와 더불어 도가 학파의 개조로 추앙받는 인물인데, 그가 내세우는 성인이 어찌 유가의 성인과 같겠느냐고 여길 수도 있다. 도가의 성인은 모름지기 은둔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며.

그러나 그렇지 않다. 후대에, 정확하게 말하자면 魏晉時代(위진시대, 220∼420년)에 淸談(청담) 사상가들이 玄學(현학)이라는 이름으로 노자와 장자를 하나로 묶는 바람에 하나의 학파처럼 간주되었을 뿐이다.

사상 자체만으로 보자면, 노자와 장자의 차이는 의외로 크다. 장자가 속세를 벗어난 자유를 추구한다면, 노자는 속세에서 자유로운 삶을 보장해줄 통치나 정치를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성인은 無事(무사)·亡爲(무위)·好靜(호정)·不欲(불욕)한다고 한 노자의 말에도 그런 뜻이 담겨 있다.

노자의 성인도 세속 정치에 관여한다는 점에서는 공자가 말한 성인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공자의 성인은 예법과 음악을 체득해서 인민을 교화하는 일을 하므로 有爲(유위)하고 有事(유사)하는 존재다. ‘논어’ ‘雍也(옹야)’편에 이런 문답이 나온다. 子貢(자공)이 물었다. “如有博施於民而能濟衆, 何如? 可謂仁乎?”(여유박시어민이능제중, 하여? 가위인호?) “백성들에게 두루 베풀고 뭇사람을 건질 수 있다면, 어떻습니까? 어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何事於仁? 必也聖乎! 堯舜其猶病諸!”(하사어인? 필야성호! 요순기유병저) “어찌 어질기만 하겠느냐? 반드시 거룩하다고 하리라! 요 임금이나 순 임금도 오히려 힘겨워하였다!”

공자의 성인은 요나 순과 같은 성인이다. 어짊을 체득하여 어짊을 정치적으로 실행하는 사람, 그리하여 “백성들에게 두루 베풀고 뭇사람을 건질 수 있는” 통치자나 정치가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