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학 익(皿-5) 목숨 생(生-0) 이를 왈(曰-0) 재앙 상(示-6)

앞서 파울루 프레이리가 오늘날의 교육을 두고 학생의 탐구 정신과 창조정신을 말살하는 ‘은행 적금식 교육’이라 비판한 점을 거론했다.(<379>) 그 대안으로 그가 제시한 것이 ‘문제 제기식 교육’이다. 이는 삶과 지식, 인간과 세계를 분리하여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이 결합되어 있음을 인식하도록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성찰하며 실천하게 하는 교육이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기존 교육뿐만 아니라 오래된 관습과 널리 퍼진 통념 따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따르지 않고 외부에서 주어지는 모든 지식을 자기 삶 속에서 또 세계와 관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독자적으로 인식함을 의미한다. 이런 교육은 노자의 사유와 거의 일치한다. 노자가 赤子(적자) 곧 갓난애를 거론한 것도 오롯한 기운과 왕성한 호기심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애들은 끊임없이 묻는다. 흔히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까지 묻는 바람에 어른들을 당혹스럽게 하기 일쑤다. 노자는 그런 애들의 눈으로 사물을 보라고 한다.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사는 ‘비결 아닌 비결’이 거기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가령 壽(수), 富(부), 康寧(강녕), 攸好德(유호덕), 考終命(고종명) 따위 五福(오복)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참으로 당연한 것일까? 그런 것이 참으로 복일까?

오복에서 첫째가 壽(수)다. 인간의 변함없는 바람 가운데 하나다. 노인 인구 증가로 골머리를 싸매는 시대에도 “오래 사십시오!”라는 말을 덕담이라 여기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오래 사는 것이 과연 복일까? 가진 재산이 적은데도 오래 살면 좋은가? 제 몸이 아프거나 속을 썩이는 가족이 있거나 하면? 덕을 좋아하지 않아 말동무가 없다면? 치매라도 걸리면? 굳이 長壽(장수)에 네 가지 복을 덧붙인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장수가 결코 복이 아닐 수 있음을,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막연하게나마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노자는 아예 대놓고 말했다. 益生曰祥(익생왈상)! 삶을 늘이려 애쓰는데, 그건 재앙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