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生-0) 기운 기(气-6) 의지(丿-3) 모일 취(耳-8) 어조사 야(乙-2)

마음으로 기운을 부리는 것이 억지라 한다면, 마음이 기운을 따르는 것이 자연이라 할 수 있으리라. 心從氣曰自然(심종기왈자연)! 그런데 마음이 기운을 따르도록 하는 일을 갓난애나 어린애는 별로 어렵지 않게 하지만, 어른은 매우 힘들어한다. 억지스런 마음이라도 먹어야 하며 자연스런 기운은 억눌러야 한다고 가르치는 그릇된 교육과 문화에 젖은 지 오래기 때문이다. 사유하는 능력인 理性(이성, reason)을 이토록 발달시켰음에도 행복한 인간이 많지 않은 까닭은 인간을 보는 시선이 왜곡되어 있음을, 또는 그릇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기운의 덩어리지, 마음의 덩어리가 아니다. ‘장자’ ‘知北遊(지북유)’에서도 “人之生, 氣之聚也; 聚則爲生, 散則爲死”(인지생, 기지취야; 취즉위생, 산즉위사) 곧 “사람의 생명은 기운이 모인 것이니, 기운이 모이면 태어나고 기운이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니 사회적 동물이니 문화적 동물이니 다양하게 일컬으며 치켜세우면서도 ‘동물’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이성이나 마음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는 다른 존재로 또는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존재로 보이게 할지는 몰라도 그러한 특성도 기운이라는 생물학적 조건을 떠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列子(열자)’ ‘楊朱(양주)’편에 붙인 주석에서 張湛(장담)은 이렇게 썼다. “夫生者, 一氣之蹔聚, 一物之蹔靈. 蹔聚者終散, 蹔靈者歸虛. 而好逸惡勞, 物之常性. 故當生之所樂者, 厚味美服好色音聲而已耳.”(부생자, 일기지잠취, 일물지잠령. 잠취자종산, 잠령자귀허. 이호일오로, 물지상성. 고당생지소락자, 후미미목호색음성이이이) “무릇 태어남이란 하나의 기운이 잠깐 모인 것이고 한 물건에 잠시 영혼이 깃든 것이다. 잠깐 모인 것은 끝내 흩어지고, 잠시 깃든 영혼은 텅 빈 데로 돌아간다. 편안함을 좋아하고 수고로움을 싫어하는 것은 온갖 것의 한결같은 성질이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것들이 즐기는 바는 좋은 맛, 아름다운 옷, 예쁜 색깔, 고운 소리일 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