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군(口-4) 아들 자(子-0) 있을 유(月-2) 석삼(一-2) 삼갈 계(戈-3)

사람이 일상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말하는 경우가 더 많을까, 아니면 감성적으로 느끼고 반응하며 말하는 경우가 더 많을까?

누구나 경험으로 알듯이 사람은 이성적이기보다는 오히려 감성적이다. 음식을 먹고 맛이 있으면 절로 감탄을 내지르고, 예쁜 색깔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기고 고운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 모두 기운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운대로 해도 다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갓난애나 어린애는 그렇게 해도 되지만, 이미 작위와 위선, 억지와 관습에 익숙한 어른은 타고난 기운을 잃은 지 오래이므로 기운대로 하다가는 탈이 나기에 십상이다. ‘논어’ ‘季氏(계씨)’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들어보자.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군자유삼계. 소지시, 혈기미정, 계지재색; 급기장야, 혈기방강, 계지재투; 급기로야, 혈기기쇠, 계지재득) “군자에게는 세 가지 삼가야 할 것이 있다. 젊을 때는 혈기가 아직 고르지 않으므로 여색을 삼가야 할 것이요, 어른이 되면 혈기가 굳세어지므로 다툼을 삼가야 할 것이요, 늙으면 혈기가 사그라지니 얻으려는 마음을 삼가야 할 것이다.”

공자도 사람이 혈기 곧 기운에 쉽사리 휘둘린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젊고 왕성한 때에는 혈기가 고르지 않거나 너무 굳세서 함부로 뻗치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는 게 마땅하지만, 왜 늙어서 힘이 없는 때에도 삼가야 한다고 말했을까? 잡도리되어 있지 않은 마음과 몸은 쇠잔한 혈기에도 얼마든지 휘둘리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운은 강하고 심신은 약하다는 뜻이다.

혈기나 기운의 힘이 이러할진대, 함부로 날뛰게 해서야 되겠는가? 최근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성 추행이나 성 폭력, 무차별적인 욕설과 폭행 따위를 보라. 나이의 많고 적음,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이 무슨 상관이던가. 그 교묘함과 치밀함을 보면, 이성적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