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 물(牛-4) 굳셀 장(士-4) 곧즉(刀-7) 이울 로(老-0)

‘문자’ ‘도원’에서 말했다. “夫德道者, 志弱而事强, 心虛而應當. 志弱者, 柔毳安靜, 藏于不取, 行于不能, 澹然無爲, 動不失時”(부덕도자, 지약이사강, 심허이응당. 지약자, 유취안정, 장우불취, 행우불능, 담연무위, 동불실시) “무릇 도를 터득한 사람은 뜻은 유약하나 일하는 것은 강하고, 마음은 비었으나 사물에 알맞게 응한다. 뜻이 유약한 사람은 부드럽고 매끈하며 안정되고 고요하니, 함부로 빼앗지 않음에 몸을 두고 잘하지 못하는 듯이 행동하며 차분하게 억지로 하지 않으나 움직이면 때를 잃는 일이 없다.”

도를 터득한다는 것은 곧 호연지기와 같은 좋은 기운을 갈무리해 둔다는 뜻이다. 그런 기운이 없는 상태에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아무래도 뜻을 굳게 지니고 마음을 단단히 먹기 마련이다. 뜻을 굳게 지니는 것은 그런 뜻이 없으면 곧 흐지부지하게 되리라 여기기 때문이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은 어려움이나 장애가 생길 때 흔들리지 않고 밀어붙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을 굳게 지니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사람이 그 뜻대로 그 마음대로 일을 풀어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은 제 뜻과 마음을 너무 믿은 나머지 갖가지 변수와 변동이 끊임없이 생겨나 일이 애초의 예측과 판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게다가 변수나 변동이 생기면 뜻을 누그러뜨리고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도 오히려 고집을 피운다. 그 바람에 일은 더욱 꼬이고 어려움만 더해간다.

뜻은 굳으면 굳을수록 허물어지기가 쉽고, 마음은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부서지기 쉽다. 대체로 보면, 청년이나 장년은 결심도 쉽게 하고 일도 쉽게 벌이지만, 그만큼 쉽게 좌절하고 포기한다. 노자가 말한 “物壯則老”(물장즉노) 곧 “무엇이든 억세면 쉽게 이울게 된다”는 이치 때문이다. 변화를 읽고 흐름에 자신을 맡겨야 함에도, 즉 도를 따라야 함에도 제 뜻과 힘을 앞세우니, 어찌 쉽게 이울지 않겠는가. 우리가 豪言壯談(호언장담)을 미심쩍게 여기고 잘 믿지 않는 것도 이런 이치를 흐릿하게나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