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유(月-2) 예의 례(示-13) 곧즉(刀-7) 편안할 안(宀-3)

흔히 유가의 예법이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나 마음을 억눌렀다고 하는데, 분명 그런 작용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예법의 본질을 망각하고 예법을 고정된 행위 양식으로만 이해한 데서 비롯된 부작용일 뿐이다.

예법은 오히려 들레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릇된 마음이 날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예기’ ‘曲禮(곡례)’에서 “人有禮則安, 無禮則危”(인유례즉안, 무례즉위) 곧 “사람이 예의가 있으면 편안하고, 예의가 없으면 위태롭다”고 말한 것도 결국 예의나 예법이 편안함과 떳떳함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밝힌 것이다.

앞서 맹자는 인간이 어떻게 해서 무덤을 만들고 장례나 제례 따위를 고안해냈는지를 순전히 ‘감정’의 차원에서 설명했다. 이는 놀라운 통찰이다. 예법은커녕 무덤조차 만들지 않았던 때, 주검을 산속 깊은 곳도 아니고 들판 여기저기에 또는 도랑에 내버려 두었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주검이 부패해 문드러져 가는 것을 보고 또는 짐승과 벌레에게 물어 뜯겨서 갈기갈기 찢어진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땀을 흘리면서 몸서리쳤을 것이다. 그 장면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주검을 손질해서 독수리들이 뜯어 먹도록 하는 티베트의 風葬(풍장)을 찍은 사진을 한 번 보라. 埋葬(매장)이나 火葬(화장)에 익숙한 사람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고 꺼림하게 느낄 것이다.

이렇게 윤리를 벗어나거나 관습에 어긋난 일을 대했을 때에는 불쾌한 감정이 일어나기도 하고 때로 분노하기도 한다. 이는 전혀 기이한 일이 아니니, 우리에게 ‘도덕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다고 말하는 것이 옳으리라. 비록 완성된 상태로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 실마리는 타고난다고 말해도 틀림이 없다. 어린애까지도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가리고 제 나름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로써 보면, 맹자가 性善(성선) 그리고 仁義禮智(인의예지) 네 가지 마음의 실마리인 四端(사단)을 주장한 것은 전혀 기이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도덕 감정은 맹자뿐만 아니라 노자 철학의 바탕이기도 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