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타울 후(厂-7) 감출 장(艸-14) 반드시 필(心-1) 많을 다(夕-3) 잃을 망(亠-1)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 욕망을 탓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리고 민주정치는 적법하게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누구에게나 부여해준다. 그럼에도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좀처럼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되며, 무엇보다도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얼마 전, 국세청은 부촌 지역에 살면서 타인 명의로 재산을 은닉한 채 호화 생활을 하는 고액 체납자 325명을 집중 추적해 모두 1535억 원의 채납액을 징수했다고 밝혔다. 납세 의무를 피하려고 위장 이혼한 사람도 있었고, 주방 싱크대에 현금 5억 원을 숨겨둔 사람도 있었으며, 배우자 명의로 다량의 골드바를 숨겨온 체납자도 있었다. 지인 명의의 주택에 살면서 수억 원의 외화를 숨겨오다 적발된 성형외과 의사도 있었다. 이들이 모두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돈을 그러모으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습적으로 체납하거나 탈세를 일삼다가 국세청 은닉재산추적팀에 덜미를 잡혔다. 비록 호화 생활을 했다 한들, 떳떳하게 누리지 못한 생활을 과연 生活(생활)이라 할 수 있을까?

어디 그들뿐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 총수 일가들을 보라. 부도덕뿐만 아니라 탈법과 불법 증여도 그들의 전매특허 아닌가.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은 총수 일가가 적법을 가장해 경영권을 세습해온 관행의 최종판쯤으로 여겨진다. 이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단 한 명의 수혜자를 위한 일이었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그 수혜자는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청문회에 불려나가 구차한 모습을 보였고,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새로운 혐의가 더해질지도 모른다. 勞心焦思(노심초사)!

노자는 “厚藏必多亡”(후장필다망) 곧 “많이 감추어 두거나 숨겨 두면, 반드시 크게 잃는다”고 말했다. 재물만 잃는 게 아니라 평판도 잃고 위세도 잃는다. 무엇보다 떳떳한 삶을 잃는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