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굽힐 곡(曰-2) 학문 학(子-13) 아첨할 아(阜-5) 세상 세(一-4)

유방이 세운 한나라에서는 노자의 책이 인기를 끌었다. 건국 초에 文帝(문제)와 景帝(경제)가 이룬 盛世(성세)도 노자의 無爲之治(무위지치)를 현실 정치에서 실행한 결과였다고 말할 정도다.

경제의 모친 竇太后(두태후)도 노자의 책을 매우 좋아했다. 어느 날, 두태후가 儒者(유자)인 轅固生(원고생)을 불러 ‘노자’에 관해 물었는데, 원고생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하인들의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명백히 권력자의 비위를 거스른 이 말에 격노한 두태후는 원고생을 짐승 우리에 잡아넣어 돼지를 죽이게 했다. 경제는 원고생이 바른말을 했을 뿐 죄가 없음을 알고 원고생에게 날카로운 칼을 주어 곤욕을 치르지 않게 해주었다. 원고생은 그 칼로 단번에 심장을 찔러 돼지를 죽였다. 그 뒤로 원고생은 한동안 집에서 쉬었다. 경제는 원고생이 청렴하고 정직하다고 여겨 淸河王(청하왕)의 태부로 임명했다.

경제의 뒤를 이어 즉위한 무제는 원고생을 다시 불러들였다. 그러자 아첨을 일삼는 유학자들이 “원고생은 늙었습니다”라며 헐뜯었다. 무제는 그를 사임시키고 돌려보냈다. 이때 원고생의 나이 아흔이 넘었다. 당시 원고생과 함께 公孫弘(공손홍)도 부름을 받았는데, 그는 원고생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곁눈질로 보았다.

공손홍은 무제가 유가 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채택하도록 董仲舒(동중서)와 함께 힘쓴 인물인데, 유교가 천하를 바로잡는 학문이 아니라 관료로 출세하는 수단이 된 것은 그로부터였다. 아마도 원고생은 공손홍의 그런 면을 일찌감치 간파했던 듯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公孫子, 務正學以言, 無曲學以阿世.”(공손자, 무정학이언, 무곡학이아세) “공손자여, 바른 학문에 힘써 곧게 말하고, 학문을 왜곡하여 세상에 아첨하지 마시오.”

‘사기’ ‘儒林列傳(유림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서 曲學阿世(곡학아세)라는 성어가 나왔다.

이 말은 학문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사람의 이목을 현혹시켜서는 인기를 얻고 부를 쌓거나 권력에 빌붙을 기회를 얻으려는 태도나 행동을 뜻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