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을 유(月-2) 없을 무(亠-1) 의지(丿-3) 사이 간(門-4)

‘죽간본’ 19-2를 다시 보자. “天下之物, 生於有, 生於亡.”(천하지물, 생어유, 생어무) “하늘 아래 온갖 것은 있음에서 살고 없음에서 산다.”

있음과 없음은 온갖 운동과 모든 작용에서 볼 수 있는 상반된 두 가지를 대표해서 표현한 말이다. 이를테면 삶과 죽음, 생겨남과 사라짐, 피어남과 떨어짐, 오름과 내림, 화려함과 초라함, 다스려짐과 어지러움, 흥성과 쇠망 따위가 그것이다.

이렇게 상반되어서 결코 함께할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서로 뒤얽혀 있는 것이 현상 세계의 실상이다. 이를 간단하게 표현한 것이 음과 양이 물결치는 꼴로 되어 있는 太極(태극) 문양이다.

그렇다면, 이런 세계에서 살아가는 온갖 것의 실존적 상황은 어떠한가?

이에 대해 노자는 “生於有, 生於亡”(생어유, 생어무)라고 표현했다. 더 정확하게는 “生於有而生於亡”(생어유이생어무) 곧 “있음에서 살면서 없음에서 산다”라고 표현할 수 있고, 또 다르게는 “生於有亡之間”(생어유무지간) 곧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산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요컨대, 온갖 것은 있음과 없음의 경계에서 산다는 말이다.

呼吸(호흡)을 떠올려보면 노자가 말한 뜻을 쉽게 알 수 있다. 호흡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는 호흡이 전혀 힘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호흡한다는 느낌조차 없다. 그만큼 호흡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호흡기에 곤란이 오면, 그 자연스럽던 숨쉬기와 들이쉬기가 더없이 힘들고 괴로운 일이 된다. 그제야 우리는 이 단순한 호흡으로 삶과 죽음이 결단난다는 儼然(엄연)하고도 嚴酷(엄혹)한 실상을 마주하며,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가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또한 뼈저리게 느낀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호흡은 마치 쉼이 없이 끊이지 않고 이루어지는 듯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내쉼과 들이쉼 사이, 그 경계에는 미세한 멈춤 곧 停止(정지)가 있다. 그 순간 그 찰나는 죽음이다. 그야말로 우리는 순간순간, 찰나마다 있음과 없음,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고 있는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