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능(肉-6) 스스로 자(自-0) 너를 관(宀-12) 사람 자(老-5)

영계기는 사람으로, 남자로 태어난 것 즉 타고난 것을 즐거워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이렇게도 말했다.

“人生有不見日月不免襁褓者, 吾旣已行年九十矣, 是三樂也.”(인생유부견일월부면강보자, 오기이행년구십의, 시삼락야) “사람으로 태어나 해와 달도 보지 못하고 포대기에 싸인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자도 있는데, 나는 이미 나이 아흔이 되었으니 이것이 셋째 즐거움이오.”

예부터 장수는 오복 가운데 하나였고,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아픈 데도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면, 이보다 더한 복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영계기는 그저 복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할 줄 알았다. 그가 부족함이 없는 풍족한 생활 속에서 즐겁게 살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의 다음 말을 들어보자.

“貧者士之常也, 死者人之終也. 處常得終, 當何憂哉?”(빈자사지상야, 사자인지종야. 처상득종, 당하우재?) “가난은 선비에게 일상이요, 죽음은 사람의 끝장이라오. 일상을 살다가 끝장을 맞게 되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소?”

이 말에서 영계기가 가난을 달고 살았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공자가 영계기를 보았을 때, 그는 사슴 갖옷을 입고 새끼로 띠를 둘렀다고 했다. 아마도 사냥하며 살지 않았을까 싶다. 농사를 지었다고 해도 풍족한 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으리라. 그럼에도 그 가난을 즐겼다. 이는 가난해도 무탈하게 살 능력이 있었음을 뜻하며, 사람의 끝장인 죽음이 올 때까지 즐겁게 살 지혜도 아울러 갖추었음을 뜻한다.

혹시 영계기가 여자로 태어났으면 즐거워했을까? 아흔은커녕 쉰이나 예순 즈음에 병이 들었어도 즐거워했을까? 그는 기꺼이 즐거워했을 것이다.

즐거운 인생과 괴로운 인생이 신분이나 성별에 따라, 타고난 자질이나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식견과 능력, 마음에 달려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도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善乎! 能自寬者也.”(선호! 능자관자야) “좋으십니다! 스스로 크고 넓은 마음을 지닐 줄 아는 분이시군요.”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