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矢-3) 말 이을 이(而-0) 만날 우(辵-9) 그것 지(丿-3)

스승의 대답이 영 탐탁지 않았던 자로는 그래도 스승의 뜻을 따르느라 방패를 들고 춤을 춰보았으나, 흥이 일지 않아 곧 나가버렸다. 그로부터 이레가 지나도록 공자는 음악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화가 치민 자로가 스승을 뵙고서 따졌다.

“스승께서는 음악을 연주하고 계시는데, 이게 때에 맞는 일입니까?”

이번에도 공자는 말없이 연주를 다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由, 昔者齊桓霸心生于莒, 句踐霸心生於會稽, 晉文霸心生於驪氏. 故居不幽則思不遠, 身不約則智不廣. 庸知而不遇之?”(유, 석자제환패심생우거, 구천패심생어회계, 진문패심생어려씨. 고거불유즉사불원, 신불약즉지불광. 용지이불우지?)

“유야, 옛날 제나라의 桓公(환공)은 莒(거)에서 곤액을 겪을 때 비로소 覇者(패자)가 될 마음을 냈고, 越王(월왕) 句踐(구천)은 會稽山(회계산)으로 쫓겨 갔을 때 패자를 꿈꾸었으며, 진나라 文公(문공)은 여씨에게 핍박받을 때 패자가 될 결심을 했다. 따라서 곤경에 처해보지 않으면 생각이 원대해지지 않고, 몸이 제약을 받아보지 않으면 지혜가 넓어지지 않는다. 지혜롭다 한들 어찌 그런 곤액을 겪지 않겠느냐?”

공자는 지혜로운 사람도 덕행이 뛰어난 사람도 곤경에 처할 수 있으며 재앙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어리석고 덕행이 없더라도 세상을 피해 숨어 산다면, 어떠한 불행도 겪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나아가 세상 사람과 더불어 잘 살려고 한 공자 같은 지식인이라면, 오히려 그 뛰어난 지혜와 훌륭한 덕행으로 말미암아 더 큰 고난에 맞닥뜨릴 수 있다.

“지혜롭다 한들 어찌 그런 곤액을 겪지 않겠느냐?”는 말에 그런 뜻이 담겨 있다.

지혜와 덕행을 갖춘 사람이라 해서 아무런 탈이 없이 편안하게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의 부정과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책무를 자각하여 스스로 가시밭길을 가므로 다른 누구보다 더 큰 逆境(역경)에 직면한다. 다만, 인생사와 세상사를 통찰하는 지혜가 있으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기다릴 줄 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