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힐 곤(囗-4) 뜻대로 될 형(亠-5) 클대(大-0) 좋을 길(口-3)

앞서 영계기와 공자의 일을 들어 지혜로운 사람은 생각이 열려 있고 마음이 넓어서 불안정한 일상에서도 즐거워하고, 죽음이 다가와도 흔들리지 않으며, 역경에서도 기다릴 줄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는 매우 드물지 않을까? 자질과 능력이 탁월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예외적인 일이 아닐까?”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사람이 꽤 많으리라.

‘주역’의 47번 괘는 ‘困卦(곤괘)’다. ‘困(곤)’은 글자 형태부터 벌써 힘들게 느껴진다. 사방으로 쭉쭉 뻗어야 할 나무가 네모난 틀 속에 갇혀 있는 형국이니 말이다. 갇혀 있어서는 안 되는데 갇혀 있으니, 괴롭고 힘들며 고생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 인생에도 그런 틀에 갇히는 때,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 같은 때가 자주 온다. 그런 때에 갑갑함이란! 특히 어느 정도 능력도 있고 나름대로 꽤 노력했음에도 困難(곤란)한 상황에 놓이거나 困窮(곤궁)한 처지로 내몰리는 때에는 그저 漠漠(막막)하고 難堪(난감)해서 답답할 뿐이다.

그런 때에 다음 말을 들려주면 그는 분명 겉으로는 주억거리면서도 속으로는 “나를 놀리나? 장난치나?”라며 한 귀로 흘려버릴지 모르겠다.

“困亨, 貞大人吉, 無咎. 有言不信.”(곤형정, 대인길, 무구, 유언불신) “곤은 뜻대로 잘 됨이니, 올곧은 대인은 길하여 허물이 없다. 이런 때에는 말을 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주역’에서 ‘곤괘’를 풀이한 글이다. 그런데 곤란하고 곤궁한 困境(곤경)인데, 뜻대로 잘 된다고? 그게 될 말인가? 모순이 아닌 역설이므로 진리다. 순경이 꽉 막혀서 정체된 상태가 곤경이므로 정체를 풀고 막힘을 뚫으면 다시 순경이다. 곤경을 그대로 둔 채 다른 데서 순경을 찾을 수 없다. 그런 순경은 없으므로. 그러니 곤경 안에서 순경을 찾아야 한다.

뜻이 느슨해지고 마음이 헐거워지면서 順境(순경)이 困境(곤경)이 된 것이니, 올곧은 뜻과 넉넉한 마음을 지닌 대인처럼 행동해서 곤경을 순경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게 轉禍爲福(전화위복)이다. 곤경은 행동해야 할 때! 말을 앞세우는 자는 믿을 수 없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