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귈 교(亠-4) 이웃 린(邑-12) 있을 유(月-2) 길도(辵-9)

8월 22일, 한국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를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 당연히 일본 정부는 당황하며 반발했다. 지소미아 종료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한국 정부가 7월부터 고위급 특사를 일본에 파견하는 등 대화와 협의를 위한 시도를 거듭했음에도 일본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응대하지 않은 것도 주요한 이유다. 지소미아가 지속되기를 바랐던 일본 정부는 왜 응대하지 않았는가? 교만과 비겁 때문이다. 흔히 일본을 두고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고 말하는데, 굳이 역사를 돌아볼 것도 없이 근대 일본의 외교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은 오로지 ‘힘의 논리’를 신봉하기 때문이다. 국제 정치의 역학은 이 ‘힘의 논리’에 따른다고들 말하는데,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지금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위상과 역할이 어떠한지를 한 번 보라!

‘맹자’ ‘梁惠王 下(양혜왕 하)’에는 다음 대화가 나온다. 먼저 齊(제)나라 宣王(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交鄰國有道乎?”(교린국유도호?) “이웃 나라와 사귀는 데에도 도가 있소?” 당시에는 모든 나라가 부국강병을 추구했다. 힘의 논리가 곧 진리라고 여겼던 것이다. 제나라는 당시 강대국이었으므로 선왕은 힘의 논리로 이웃 나라를 제압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생각에 맞장구를 쳐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맹자에게 물었던 것인데, 맹자의 대답은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有. 惟仁者爲能以大事小, 是故湯事葛, 文王事混夷. 惟智者爲能以小事大, 故大王事獯鬻, 句踐事吳.”(유. 유인자위능이대사소, 시고탕사갈, 문왕사곤이. 유지자위능이소사대, 고태왕사훈육, 구천사오) “있습니다. 오로지 어진 자라야 큰 나라로써 작은 나라를 섬길 수 있으니, 이런 까닭에 탕왕은 葛(갈)을 섬겼고 문왕은 混夷(곤이)를 섬겼습니다. 오로지 지혜로운 자라야 작은 나라로써 큰 나라를 섬길 수 있으니, 그래서 태왕은 獯鬻(훈육)을 섬겼고 구천은 吳(오)를 섬겼습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