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이(人-3) 클대(大-0) 섬길 사(丨-7) 작을 소(小-0)

대체로 맹자의 대답은 묻는 이의 意表(의표)를 찔러 상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맹자는 말재주로 상대의 의표를 찌르려 한 것이 아니라 正鵠(정곡)을 찔렀을 따름이다. 정곡을 찌름은 이치에 밝아 사물의 핵심을 꿰뚫었음인데, 이것으로 상대의 의표를 찔렀다는 것은 상대가 사물과 현상의 겉만 보고 얄팍하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자뿐만 아니라 약자도 ‘힘의 논리’에 쉽게 빠진다. 힘이 있어 강자고, 힘이 없어 약자다. 강자기 때문에 군림하고, 약자기 때문에 굴복한다. 세상사도 이 논리에 따라 좌우되고 변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한때, 한 면을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힘의 논리만이 지배한다면, 한 번 강자는 영원한 강자여야 하고 한 번 약자도 영원한 약자여야 한다. 실제로 그러한가?

맹자는 ‘交隣(교린)’에 도가 있다고 말하면서 ‘事(사)’ 곧 ‘섬김’을 내세웠다. 사실 ‘事(사)’는 본디 “일하다, 일삼다”는 뜻이었다. 거기서 의미가 확장되어 “섬기다, 부리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는데, 얼핏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모순이 아니다. 이치가 그러하다. 주체의 처지가 어떠하냐에 따라 그가 하는 일은 섬기는 일일 수도 있고 부리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맹자는 이런 이중적 의미를 절묘하게 ‘교린’에 적용했다.

그렇다면 ‘섬김’의 근거는 무엇인가? 天(천) 곧 天理(천리)다.

“以大事小者, 樂天者也; 以小事大者, 畏天者也. 樂天者保天下, 畏天者保其國. 詩云, ‘畏天之威, 于時保之.’”(이대사소자, 낙천자야; 이소사대자, 외천자야. 낙천자보천하, 외천자보기국. 시운, ‘외천지위, 우시보지’) “큰 나라로 작은 나라를 섬기는 자는 하늘의 이법을 즐기는 자요, 작은 나라로 큰 나라를 섬기는 자는 하늘의 이법을 두려워하는 자입니다. 하늘의 이법을 즐기는 자는 천하를 지킬 수 있고, 하늘의 이법을 두려워하는 자는 제 나라를 지킬 수 있습니다. ‘시경’에서도 ‘하늘의 위세를 두려워하나니, 이리하여 나라를 길이 지키도다!’라고 했습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