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세 기(气-6) 가득 찰 실(宀-11) 뜻지(心-3) 교만할 교(馬-12)

일본이 강국이나 대국이라 자처했다면, 맹자가 말한 ‘以大事小’(이대사소) 곧 “큰 나라로써 작은 나라를 섬기는” 길을 갔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 길을 가지 않았다. 힘의 논리만 알고 天理(천리)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천리를 알지 못했으므로 천리를 두려워할 줄도 몰랐다. 메이지 유신으로 강국이 되었을 때 침략을 일삼으며 약소국을 식민지로 삼고 온갖 포악한 짓을 다 저질렀던 것도 그 때문이다.

참으로 일본의 불행은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패망했음에도 역사를 직시하고 천리를 깨닫지 못했다는 데 있다. 패망 후, 냉전 시대가 닥치고 한국전쟁이 터졌으며 이어 베트남 전쟁이 일어났다. 이는 일본이 국력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였다. 실제로 그 덕분에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해서 단시일에 경제대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대국다운 풍모를 갖추지 못했으니, 자신들이 저지른 침략과 수탈, 학살의 역사를 끈질기게 숨기고 왜곡했을 뿐더러 왜곡된 역사로 국민을 교육시켜 그릇된 길로 이끌었다.

그런데 그것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나라에도 정권을 쥐기 위해서는 반민주적인 짓을 서슴지 않고 정권을 쥐면 부정과 비리뿐만 아니라 반국가적이고 반민족적인 짓까지 하는 자들이 적지 않으며, 심지어 무리를 지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치가나 지식인, 언론인 가운데 많다. 그들과 일본 정부의 행태는 매우 비슷한데, 교만하고 방자하여 천리를 두려워할 줄 모르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자’ ‘九守(구수)’에 나온다. “懷天下之大, 有萬物之多, 卽氣實而志驕. 大者用兵侵小, 小者倨傲凌下, 用心奢廣, 譬猶飄風暴雨, 不可長久.”(회천하지대, 유만물지다, 즉기실이지교. 대자용병침소, 소자거오릉하, 용심사광, 비유표풍폭우, 불가장구) “천하의 큰 것을 품고 많은 것들을 가지면 기세가 뻗고 뜻이 교만해진다. 그러면 크게는 군대를 써서 작은 나라를 침략하고, 작게는 오만하게 민중을 업신여기니, 그 마음 쓰는 것이 건방지고 느슨해져 비유하자면 회오리바람이나 폭우와 같아서 오래 갈 수 없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