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 본(木-1) 설 립(立-0) 길 도(辵-9) 살 생(生-0)

노자는 “夫唯嗇, 是以早服”(부유색, 시이조복) 곧 “오로지 아끼므로 일찌감치 따른다”고 말했다. 무엇을 따른다는 말인가? 天道(천도)요 天理(천리)다. 천도와 천리를 따르는 것, 그것이 곧 사람의 길인 人道(인도)다.

평범한 사람이 도의를 저버리고 탐욕을 부리거나 아집에 사로잡혀도 그 처지가 위태로운데, 만약 높은 자리에 있거나 권력을 가진 자가 그렇게 한다면 그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집안이나 조직까지 위태로워지지 않겠는가? 물론 요행이나 술수로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겠으나, 모면했다고 한들 얼마나 편안할 것이며 또 얼마나 오래 안정을 누릴 수 있겠는가?

얼마 전, 한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검사들과 금융재벌의 밀착 또는 결탁’에 대해 집중 보도해서 많은 시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그 보도에서 내 눈길을 끈 장면이 하나 있었다. 2013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때 ‘전두환 추징금’ 특별환수팀장 자격으로 국감장에 나와 있었던 이른바 엘리트 검사 김형준 씨의 발언이었다. “공자의 제자 중에 有子(유자)라는 분이 있습니다. 유자의 이야기 중에 ‘본립도생’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법과 원칙, 기본을 세워서 길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근본이 서면 도가 살아난다”는 뜻의 ‘本立道生(본립도생)’은 ‘논어’ ‘學而(학이)’편에 나온다. 유자는 그 근본을 ‘孝弟(효제)’라 했는데, 검사에게는 그 근본이 법과 원칙이 될 것이다. 김형준 씨는 아마 검사로서 자신의 포부를 내보이려고 인용한 듯한데, 안타깝게도 그가 할 말은 아니었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드러났다.

그 발언이 있은 지 3년이 지나서 김형준 씨는 오랜 친구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받은 일,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 등으로 기소되어 수의를 입고 재판정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물론 재판을 받기 전에 이미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구속되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의 발언과 비위 행위, 집행유예! 그 셋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검찰의 위세와 사법부의 편향이 집약되어 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