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구(犬-5) 사나울 맹(犬-8) 술주(酉-3) 쉴산(酉-7)

김형준 씨의 말이 나를 섬뜩하게 한 것만큼이나 섬뜩했던 말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예전에 했던 말이다. 흥미롭게도 같은 해인 2013년 10월의 국정감사장에서다. 그때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정갑윤 의원(당시 새누리당)이 이렇게 말했다.

“지금 검찰은 조폭보다 못한 조직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입니까? 무슨 꼴! 우선 윤석열 지청장 한번 일어나 보세요. 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윤석열 검사가 대답했다. “네,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갑윤 의원이 다시 물었다.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건 아니에요?”

윤석열 검사가 대답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정갑윤 의원은 검찰이 조폭보다 못한 조직이라 했고, 윤석열 검사는 그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그 검찰이 ‘조폭보다 못한 조직’이라고 말했던 의원이 속한 정당과 한패가 되어 지독히도 편향적인 기소와 수사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헌법 질서를 유린하며 국가를 전복시키려 꾀했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했던 검찰이 표창장 하나에 마치 사활을 건 듯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작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어진 권한을 公明正大(공명정대)하고 不偏不黨(불편부당)하게 써서 정의를 수호하고 인권을 보호하며 헌법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검찰, 즉 민주주의의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 검찰이 도리어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요 방해물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마치 사나운 개 때문에 술집의 술이 쉰다는 ‘狗猛酒酸(구맹주산)’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한비자’ ‘外儲說右上(외저설우상)’에 나온다. 송나라 사람 가운데 술을 파는 자가 있었다. 됫박으로 술을 재는 것이 매우 공평하고 손님을 대할 때는 아주 공손했으며, 술을 빚는 솜씨도 대단히 훌륭하고 술집을 알리는 깃발도 매우 높게 달아 뚜렷이 보였다. 그런데도 술이 팔리지 않아 술이 쉬었다. 왜 그러했을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