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走-7) 이름 돈(目-4) 죽일 시(弋-9) 그기(八-6) 임금 군(口-4)

조돈을 죽여야 했던 서예는 정작 조돈을 보고는 물러나와 탄복하며 말했다. “그는 집에서조차 공경을 잊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백성의 주인이 될 만하다. 백성의 주인을 해치는 것은 불충이고, 군주의 명을 저버리는 것은 불신이다. 둘 중 하나라도 있는 것은 죽느니만 못하다.” 그리고는 조돈의 집 홰나무에 스스로 머리를 부딪쳐 죽었다.

가을 9월이 되었다. 영공은 조돈을 궁중 연회에 초청해 술을 마시게 했다. 영공이 미리 숨겨둔 병사들이 그를 죽이려 하자 조돈의 수하 提彌明(시미명)이 이를 알아채고 얼른 당상으로 뛰어올라가서는 “신하된 자가 군주의 연회에서 술을 석 잔 넘게 마시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고 소리치며 조돈을 부축해 내려왔다. 그러자 영공이 얼른 사나운 개를 풀었고, 시미명은 맨손으로 개를 때려죽였다. 성이 난 조돈이 소리쳤다. “棄人用犬, 雖猛何爲?”(기인용견, 수맹하위?) “사람을 버리고 개를 쓰니, 비록 사나운들 무슨 쓸모가 있겠소?”

영공의 병사들이 뒤쫓았고, 시미명은 싸우다 죽었다. 위태로워진 순간, 영공의 호위병으로 있던 靈輒(영첩)이 창을 거꾸로 돌려 영공의 병사들을 막았다. 영첩은 예전에 조돈에게서 은혜를 입은 적이 있던 사내였다. 영첩 덕분에 죽음을 면한 조돈은 망명길에 올랐다.

얼마 뒤, 趙穿(조천)이 영공을 공격해 죽였다. 그때 아직 국경을 넘지 못했던 조돈이 그 소식을 듣고 곧바로 되돌아왔다. 이를 두고 史官(사관)인 董狐(동호)가 史草(사초)에 이렇게 썼다. “趙盾弑其君.”(조돈시기군) “조돈이 그의 군주를 시해했다.” 그러고는 이를 조정에서 공표했다. 조돈이 찾아가서 “그렇지 않소!”라고 말하자, 동호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나라의 正卿(정경)으로 망명하려다 국경을 넘지 못했고, 돌아와서는 군주를 시해한 자를 토벌하지도 않았소. 그러니 그대가 시해한 것이 아니라면 누구겠소?”

이에 조돈은 이렇게 탄식했다. “아, ‘조국에 미련을 뒀다가 도리어 우환을 자초했네’라는 말은 나를 두고 한 말이로구나!”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