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동(艸-9) 여우 호(犬-5) 곧을 직(目-3) 붓 필(竹-6)

趙盾(조돈)이 직접 자기 군주를 죽이지는 않았다<537회 참조>. 오히려 그 자신이 죽임을 당할 뻔했다. 자신을 죽이려는 군주를 피해 망명길에 올랐던 것뿐이고, 군주를 죽인 것도 趙穿(조천)이라는 자인데, 도리어 사관인 董狐(동호)는 그가 군주를 시해했다고 적었다. 조돈은 正卿(정경)으로 최고위직에 있었다. 군주에게 큰일이 생기면 대행해야 할 지위에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군주가 시해되었는데, 시해한 자를 토벌하거나 처벌하지 않았다. 이는 그 자신도 시해에 동참한 셈 아닌가.

‘좌전’에는 이에 대해 공자가 한 말도 적어 놓고 있다. “董狐, 古之良史也. 書法不隱. 趙宣子, 古之良大夫也. 爲法受惡. 惜也, 越竟乃免!”(동호, 고지양사야. 서법불은. 조선자, 고지양대부야. 위법수악. 석야, 월경내면!) “동호는 옛날의 훌륭한 사관이다. 법대로 기록하여 사실을 숨기지 않았으니. 조선자(조돈)는 옛날의 훌륭한 대부다. 사관의 법을 인정해 자신의 악명을 받아들였으니. 애석하구나, 국경을 넘었더라면 악명을 면했을 텐데!”

공자는 ‘書法不隱(서법불은)’ 즉 법대로 기록하여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동호가 참으로 훌륭한 사관이라고 추겨세웠다. 당시 법과 원칙이 지금과는 다르니, 요새 사람은 쉽게 수긍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해했다고 기록된 당사자 조돈도, ‘춘추’를 편찬한 공자도 동호의 붓놀림이 전혀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특히 후대에 길이 오명을 남기게 된 조돈 스스로 동호의 기록을 수긍했으니, 동호가 얼마나 철저하게 筆法(필법)을 지켰는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와 관련한 ‘공소장 변경 요청’에 대한 재판부의 지적이 떠오른다. 검찰은 9월에 처음 기소할 때 공소장을 작성했고, 11월 11일에 추가 기소했다. 검찰 측은 추가 수사를 통해 새로 확인한 부분이 있다면서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適法性(적법성) 곧 법적으로 적절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며. 어떤 사연일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