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으로 성(言-7)같을 여(女-3)높을 존(寸-9)분부 명(口-5)

“이렇게 즐거운데, 촉 생각이 왜 나겠냐?”는 투의 대답(<559> 참조)이 한때 황제였던 인물인 유선(아두) 입에서 나왔다니, 채신머리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을까? 유선이 그렇게 답했다는 것을 合正(합정)이라는 인물이 전해 듣고 유선을 만나 일러주었다.

“사마소가 나중에 또 묻거든 눈물을 흘리면서 ‘선조의 무덤이 촉에 있거늘, 어찌 하루라도 그립지 않은 날이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고 눈을 지그시 감으십시오.”

그 뒤 사마소를 만났을 때 사마소가 다시 물었고, 유선은 합정이 일러준 대로 답했다. 그러자 사마소는 “어째 합정이 그렇게 말하라고 일러준 것 같소!”라고 말했다. 유선은 깜짝 놀라 쳐다보며 “誠如尊命”(성여존명) 곧 “참으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다. 다들 유선은 멍청하기 그지없고 참 구제불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그런 보잘것없는 사내였을까?

흔히 읽는 소설 ‘삼국지’에서는 유선의 존재를 찾기 어렵다. 陳壽(진수, 233∼297)의 ‘삼국지’를 보아야 한다. 거기에 ‘蜀書(촉서)’ <後主傳(후주전)>에 황제로서 유선의 전기가 실려 있다. 223년 유비를 이어 유선이 제위에 올랐을 때, 나이 열일곱이었다. 그가 물려받은 촉한은 버젓한 나라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본디 삼국 가운데서도 가장 약한 나라였다. 그나마 제갈량이 탁월한 계책으로 ‘天下三分(천하삼분)’ 국면을 만들어 간신히 그 하나를 차지하며 버티고 있었는데, 유비가 東吳(동오) 정벌에 나섰다가 처참하게 패배하는 바람에 거의 빈껍데기 신세가 되었던 터였다.

유선이 촉한을 물려받았을 때 삼국 세력 상황을 대략 보면, 위나라가 13개 주에 91개 군, 오나라가 5개 주에 45개 군, 촉한은 겨우 2개 주에 22개 군이었다. 인력·재력에서도 촉한은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았다. 제갈량이 중원을 회복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지고 다섯 번이나 북벌에 나섰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守勢(수세)에 몰리기라도 하면 단번에 무너질지도 모를 그런 처지였으므로.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