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뜻지(心-3) 있을 유(月-2) 정해질 정(宀-5) 향할 향(口-3)

주희의 해석<587회>를 한 번 따져보자. 먼저 “知止而后有定”(지지이후유정) 곧 “멈출 줄 안 뒤에야 차분해진다”는 ‘대학’의 구절에 대해 주희는 이런 해석을 덧붙였다. “止者, 所當止之地, 卽至善之所在也. 知之, 則志有定向.”(지자, 소당지지지, 즉지선지소재야. 지지, 즉지유정향) “지는 마땅히 그쳐야 할 곳이니, 바로 지극히 좋은 것이 있는 곳이다. 이를 안다면 뜻에 일정한 방향이 있을 것이다.”

주희는 ‘止(지)’를 마땅히 그쳐야 할 곳, 지극히 좋은 것이 있는 곳이라 했다. ‘지’에 대한 이런 풀이는 ‘대학’에서 바로 앞에 나오는 “在止於至善”(재지어지선) 곧 “지극히 좋은 것에 머무는 데 있다”의 ‘止(지)’와 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같지 않다. ‘대학’에서 말한 ‘知止(지지)’의 ‘止(지)’는 파악하기 쉽지 않은 문제나 헷갈리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에 ‘일단 멈춤’을 하라는 뜻이어서 주희가 말한 ‘지극히 좋은 것이 있는 곳’과는 판이한 상황을 전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주희의 해석대로 ‘止(지)’를 마땅히 그쳐야 할 곳, 지극히 좋은 것이 있는 곳이라 한다면, 그리하여 그런 곳을 안다면, 문제는 일단락되고 상황은 거의 종결된 셈이다. 다시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머물 곳을 알고서 머물고 있으니, 그 뜻도 정해진 것 아닌가? 뜻이 정해졌다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그런데 주희는 다시 뜻에 일정한 방향이 있다고 말했다. 어색하지 않은가?

가령 백번 양보해서 주희의 해석을 타당하다고 하자. 그러면 ‘대학’의 다음 구절들이 어색해진다.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정이후능정, 정이후능안, 안이후능려, 려이후능득) “차분해진 뒤에야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해진 뒤에야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해진 뒤에야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생각한 뒤에야 깨달을 수 있다.” 이미 머물 곳, 지극히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왜 다시 제대로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하는가? 이는 군더더기일 뿐이다. 과연 주희의 해석을 그대로 좇아도 무리가 없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