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속(人-7)사람 인(人-0)밝을 소(日-5)

노자는 “廣德如不足, 建德如偸”(광덕여불족, 건덕여투) 곧 “너른 덕은 모자란 것 같고, 꼿꼿이 세운 덕은 자빠질 것 같다”는 참 묘한 표현을 썼다. 이는 존재하는 것들, 일어나는 현상의 실상을 표현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역설이다.

크고 너른 덕을 지닌 사람은 제 잇속을 챙기는 계산을 하지 않으므로 겉으로 보기에는 좀 모자란 것 같고, 남의 속임수에도 쉽게 속아 넘어갈 것 같다. 이런 덕 있는 이를 보게 되면, 세상 사람들은 그를 어리석다며 혀를 끌끌 찬다.

통행본 ‘도덕경’ 20장에 다음 구절이 나온다.

“俗人昭昭, 我獨昏昏; 俗人察察, 我獨悶悶.”(속인소소, 아독혼혼; 속인찰찰, 아독민민) “세상 사람들 똑똑한데 나 홀로 흐리멍덩하고, 세상 사람들 잘 살피는데 나 홀로 어수룩하구나.” 세상에는 헛똑똑이가 많고, 큰소리치는 이들 대부분 헛똑똑이다. 그런 헛똑똑이에게 덕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자가 중시하는 것으로,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장식쯤으로 여겨질 터.

그러나 보라. 스스로 똑똑하다는 사람 가운데 잘 사는 이가 얼마나 되는가? 즐겁게 살아 낯빛이 환한 이가 얼마나 되는가? 그 몸에서 행복의 떡고물이, 덕의 고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가 얼마나 되는가? 아니, 남들 다 하는 일을 자신도 하고 사는데, 왜 힘들고 괴로울까? 왜 나만 유독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고 느껴질까? 심지어 남들이 대단하다고 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데, 왜 떳떳하게 살지 못할까? 모두 헛똑똑이임에도 스스로 헛똑똑이임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똑똑한 사람은 자신의 똑똑함이 아니라 어리석음을 잘 안다. 헛똑똑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모른 채 조금 있는 똑똑함을 過信(과신)하고 과대평가한다. 그래서 ‘헛’똑똑이다. 알아야 할 것은 알지 못하고, 몰라도 좋은 것을 안다. 봐야 할 것은 못 보고,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본다. 속은 보지 못하고 겉만 보며, 제 꾀에 제가 속는다. 이게 우리 속인들의 실체임에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봉사인 듯 봉사 아닌 봉사 같은, 그야말로 청맹과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