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예술인복지센터 개소
- '활동증명' 등록 대행 성과 커
- 일자리박람회 등 주력 계획
- 빈집 고쳐 창작공간 제공도

부산문화재단이 지난달 28일 남구 감만동 감만창의문화촌 1층에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이하 예술인복지센터)'를 열었다. 예술인복지센터를 총괄하는 문화재단 황해순 예술진흥본부장을 만나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었다.

부산문화재단 황해순 본부장은 "예술가에게 재능에 걸맞은 대우를 하기 위해서는 공짜 초대권 남발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민철 기자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영양실조로 사망하면서 예술인의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죠. 이에 국회가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했고, 201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발족했어요. 부산시도 예술인의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갖고 2015년 지역 예술인 2000명을 대상으로 예술 활동에 따른 수입을 조사했는데 결과가 처참했죠. 연 수입 500만 원 이하가 72%에 달했거든요. 시는 예술인의 복지 향상을 위해 부산문화재단에 업무를 위탁했고, 지난해 시범 사업을 거쳐 올해 예술인복지센터를 열었습니다. 전국 광역시·도에서 예술인 복지 전담 공간을 마련한 것은 처음입니다."

문화재단은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예술인 활동 증명' 등록 대행을 시작했다. 시비 1억 원으로 당장 복지 사업을 펼치기 어려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혜택을 받도록 디딤돌로 시작한 일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지원금(1인당 300만 원)을 받으려면 예술인 활동 증명 등록을 해야 하나 정보 부족과 까다로운 절차 탓에 수혜자가 많지 않았다. 문화재단이 이를 맡아 대행사업을 시행한 결과, 부산의 예술인 활동 증명 등록 인원은 지난해 1393명으로, 2013년부터 3년간 등록한 인원(598명)보다 크게 늘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혜택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몰려 있었어요. 지난해 부산 예술인의 예술 활동 증명 등록을 도와 창작준비금을 받도록 하는 한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지역마다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연계해 지원사업을 늘려야죠. 예술인 복지를 지자체가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어 국비 확보가 필요하거든요."

예술인복지센터는 올해 시비 4억 원을 확보하고, 예술인 활동 증명 대행 업무 외에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올해 주력 사업은 '예술인 일자리 박람회'와 '예술인 일자리 파견'입니다. 오는 4월 예술인 일자리 박람회를 열 예정인데, 예술가의 재능이 필요한 기업과 안정된 일이 필요한 예술인을 연결해주는 장을 마련할 겁니다. 예술인이 원하는 복지는 당장 창작준비금 몇십 만 원을 주는 것이 아닌, 안정적인 일을 갖는 것입니다. 창의적 경영 등 예술과 경영을 접목하려는 곳이 늘고 있어 수요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부울경 기업을 참여시켜 예술인 일자리 박람회를 열고, 이것이 예술인 일자리 파견으로 연결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예술인에게 창작공간을 지원하고, 심리 안정과 법률 분야의 상담도 제공할 예정이다.

"'반딧불이 창작공간 사업'은 빈집이나 폐·공가를 고쳐 예술인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감만동 빈집 등 공간을 기부받고 있어요. '휴-안심 프로그램'은 감정 소요가 많은 예술인을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고, 계약 등에 조언해주는 법률 상담도 제공할 것입니다."

황 본부장은 오랫동안 극단 자갈치의 상임 연출가로 있으면서 울산고래축제 총감독, 김해 세계가야축전테마공연 '가락국기' 총연출 등 풍부하게 현장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2015년 7월 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부산예술대 이벤트연출과 교수로 재직했다.

"예술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적은 현재 상황에서 건전한 예술 소비 생태계가 형성돼야 합니다. 초대권 남발 등 공짜 문화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재능을 인정하고,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하죠." 그는 이어 "예술인 복지 외에 제가 주력할 분야가 '거리예술 활성화'이다. 부산은 시민의 기질이나 자연환경을 봤을 때 거리예술에 최적화된 도시"라며 "3년쯤 뒤면 누구나, 어디서든 기타 치고 노래하는 예술 도시가 되도록 가꾸고 싶고, 그렇게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