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 주축 잡지, 영화제 등
- 5년째 '관객 응원 운동' 추진
- "영화 수직적 학습 대상 아닌
- 삶의 도구로 인식 확산 목표"

"모퉁이극장 창문을 채운 커튼 속 그림자가 누구인지 아세요? 영화의 주인공과 관객이에요. 윤필남 작가님께서 5년 전 모퉁이극장의 이미지를 떠올려 만들어주셨는데, 영화와 관객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곳의 성격을 잘 드러낸 것 같아요."

	김현수 모퉁이극장 대표는 "관객 응원 운동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관련 학교나 연구소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관객을 응원하는 문화단체 '모퉁이극장'이 5주년을 맞았다. 모퉁이극장은 2012년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 인근 4층 건물 꼭대기 층에 문을 열었고, 5년간 다양한 시도를 하며 영화문화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 모퉁이극장 김현수 대표를 만났다.

"최근 모퉁이극장의 오랜 관객 40명과 재개봉한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보고 간단히 뒤풀이했어요. 모퉁이극장을 시작했을 때 모토로 삼은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거든요. 저희는 늘 이래요. 행사는 소박해도 의미는 크죠. 5주년 소감이요? 글쎄, 한 바퀴를 돈 기분이에요. 처음에는 의욕만 갖고 시작했는데 시행착오를 겪은 덕분에 이제는 나름의 길을 찾은 것 같아요."

모퉁이극장은 '관객 응원 운동'을 시작한 곳이다. 영화의 관객이 계속 영화를 사랑할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했다. 다양한 관객이 모여 영화를 본 뒤 일일이 소감을 나누며 관객 연대를 주선했고, 관객의 영화 리뷰를 모아 잡지로 펴내 관객 활동을 기록했다. 관객 응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관객활동가를 키워내고, 2015년부터 관객이 주인공이 되어 여는 '모퉁이 관객 영화제'도 마련했다.

"처음에는 욕심이 컸어요. 모퉁이극장을 알리는 일도 해야겠고, 독립영화 부흥에도 이바지해야겠고, 국내 미출간 영화 서적을 소개하는 비평의 역할도 하고 싶었어요. 점점 활동이 광범위해지자 이건 아니다 싶어 방향을 바꿨죠. 영화와 관객이 수동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갖고, 영화를 학습의 대상이 아닌 삶의 도구이자 지혜의 매개체로 여기는 것이 지향점이에요. 그 덕분에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관객이 모퉁이극장을 찾아주셨고, 일부 학교에서 관객 교육 요청도 들어와요. 생소했던 관객 응원 운동이 인정받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5년간 김 대표 역시 성장했다. 모퉁이극장의 대표에서 영화활동가이자 비평가로 입지를 다졌으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넷팩상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제가 부산의 다양한 영화 축제에 참여하고, 문화예술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모퉁이극장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모퉁이극장이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알리려면 영화계와 연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모퉁이극장이 여느 영화 커뮤니티처럼 활동하다 마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는 방법이기도 해요."

그는 동의대 신문방송학과를 중퇴하고, 고생 끝에 모퉁이극장을 마련했다. 지난 5년간 모퉁이극장과 한 운명처럼 살았다.

"워낙 영화를 좋아해 영화감독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영화를 만드는 일보다 영화를 통한 공동체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 영화 모임을 만들었고, 20대에는 인터넷에서 영화 카페를 운영했어요. 특히 인문학 모임에서 활동할 때 재미 삼아 회원들에게 추천 영화를 보내줬는데 반응이 좋아 추천 대상이 200명에 이르렀어요. 영화를 통해 삶이 풍요로워지고 친구가 생기는 짜릿함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김 대표는 관객 운동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그날을 꿈꾸고 있다.

"모퉁이극장이 마중물이 되어 다양한 곳에서 관객 응원 활동이 펼쳐지길 바라요. 그러려면 관객 교육 학교와 연구소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겁니다. 우리가 좋은 관객을 가져야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영화 도시'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요. '부산에서 관객 문화가 시작됐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 활동하고 싶어요."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