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이웃을 위해 장례를 무료로 치러주며 저세상에 가는 길을 배웅하는 장례식장 대표가 있다. 주인공은 부산 동래구 온천3동 광혜병원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박종원(51) 대표. 고령사회의 그늘로 고독사가 늘고 있는 데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가장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잇따르면서 그의 나눔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박종원 광혜병원 장례식장 대표가 고독사를 포함해 쓸쓸한 죽음을 맞는 이를 위한 장례 지원계획을 밝히고 있다.

박 대표는 2013년 11월 광혜병원 장례식장을 운영한 이래 고독사한 홀몸노인, 무연고자를 비롯해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형편이 어려운 유족을 대신해 장례를 치러주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광혜병원 장례식장이 위치한 온천3동 주민센터와 온천1~3동에 사는 저소득 취약계층이 이곳에서 장례를 치르면 빈소와 분향실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와 온천3동장이 상주를 맡을 때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온천3동 주민자치위원, 복지협의체 위원, 장학회 이사, 온천동번영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이용 대상자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그는 4일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이들이 쓸쓸하고 비참하게 저세상으로 가는 것을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차마 볼 수 없었다"며 "이들을 보듬어 안아 저세상에 편안하게 갈 수 있게 손을 내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장을 '삶의 터전이자 성찰의 학교'라고 했다. "장례식장에서 흘러 나오는 딱한 사연을 접하면서 살아있을 때, 기회가 될 때 다른 사람에게 많이 베풀고 도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생사불이(生死不二)이니까요.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게 아니라 하나로 연결돼 있죠. 초·중·고·대학교에서 공부할 때보다 장례식장을 몇 년 운영하면서 훨씬 많은 것을 배워요. 결론은 장례업을 돈벌이가 아니라 참되게 하자는 거죠."

그는 '생사불이'의 철학을 바탕으로 효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동래구불교연합회 초대 회장으로서 수억 원을 들여 다음 달 14일 명륜초등학교에 어르신 1000여 명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열고 고급 수의 1000벌을 나눠줄 계획이다. "부모님께 수의를 선물해 장수를 기원하고 이별을 준비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효도 전통을 계승하려는 취지예요."

그는 또 장례식장에 문상객을 위한 '효 우체통'을 설치하고, 올해 하반기 효 글짓기 공모전도 열 계획이다. "장례식장을 찾은 고령의 문상객이 자신이 살아생전에 못다 한 삶에 관한 유언 형식의 편지를 써서 효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 자식에게 배달해주는 거죠. 편지를 읽는 자식들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지지 않을까요?"

그는 쓸쓸한 죽음을 맞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고향에 장례식장을 지어 빈소 공간 20%를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장례식장의 현재 빈소 5개 가운데 남아 있는 곳을 쓸쓸한 죽음을 맞는 분에게 무상으로 빌려주는 형식입니다. 신축 장례식장은 빈소가 10개라면 20%에 해당하는 2개의 운영권을 처음부터 지자체에 넘겨 지자체가 취약계층의 장례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이에요.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박 대표는 농협 중앙회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뒤 2013년 장례식장을 운영하기 위해 부산에 오면서 부산이 제2의 고향이 됐다. 그는 국제신문 부울경 아카데미 7기 경조이사, 로타리클럽 3661지구 정보전략위원장 등을 맡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