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자리 사업단 운영
- 다양한 문화복지 공연 개발
- "문화예술 교육 받기 힘든
- 청년들의 대안학교 소망"

흔히 '문화복지'라 하면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무료 공연을 제공하거나 이를 볼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요즘처럼 볼거리가 많아진 시절에는 그런 서비스가 수혜자에게 큰 만족을 주기가 쉽지 않다. 해외여행을 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라 할지라도 스마트폰만 켜면 보고 싶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시대다. 그간의 관 주도의 천편일률적인 문화복지 제공 방식에서 벗어난 수요자를 위한 다양한 맞춤형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영민 해운대문화놀이센터장은 "문화 예술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대안학교와 같은 존재로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효 기자

이런 노력을 부산에서 하는 개그맨이 있다. 과거 KBS '개그콘서트'에서 '내시' 역할로 활약했던 김영민(37) 해운대문화놀이센터장을 만났다. 김영민 프로덕션의 대표이자 해운대구 문화일자리사업단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해운대구가 문을 연 해운대문화놀이센터의 수장직을 맡아 지역 문화복지의 저변 확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이 쫙…." 16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문화놀이센터 2층 카페. 취재진의 촬영 포즈 요청에 김 센터장은 묻지도 않은 말을 대사처럼 술술 풀어내며 희극인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해운대문화놀이센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자 이내 그의 얼굴에서는 진지한 표정이 나왔다. "해운대구 문화일자리 사업단이 활동하는 공간입니다. 대중예술 분야에 뛰어들기를 희망하는 청년들을 프로 공연자로 키우는 일종의 인큐베이터죠." 이런 이유로 3층짜리 센터 건물은 연습장과 공연장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현재 사업단에는 해운대 '개그학과' 극단과 '실용음악과' 밴드가 활동 중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교육 공연 전문 극단인 해운대 개그학과가 히트를 쳤다. 100여 차례 공연을 하면서 극단으로 자립했다"며 "올해는 실용음악과 내 남성 여성 트로트 팀, 만담 듀오 등의 유닛이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설명 내내 '유닛'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됐다. 김 센터장은 "다른 분야의 단원들이 교류하며 언제든지 모였다 해체되는 마술 댄스 무술 퍼포먼스 팀 등의 유닛 활동이 활발하다"며 "개그학과와 실용음악과 단원들이 함께 만든 걸그룹 유닛인 해운대 걸스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활동이 가능한 것은 교육을 중시하는 극단의 특성 덕분이다. 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시도 자체가 공연 훈련의 하나인 셈이다. 또 매주 치어리더 박기량, 개그맨 박성호, 보이스코리아 출신 가수 최준영 씨 등이 단원들을 지도한다. 김 센터장은 "해운대의 '대(臺)' 자를 대학의 '대(大)' 자로 언어유희해 극단 이름 뒤에 '학과'를 붙였다"면서 "문화 예술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대안학교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소망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공연 제작자들은 예술가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대중예술을 배워 시작하려는 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죠." 이런 괴리에 대해 김 센터장은 "중간 역할을 할 프로듀서의 부재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그 역할을 사업단이 한다. 재능이 있는 아마추어 단원에게 의상 무대매너 레퍼토리 선곡 등의 노하우가 담긴 프로 코치의 '필살기'를 지도한 뒤 다양한 공연 무대를 기획해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사업단은 지난 10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매일 오후 7시30분부터 1시간가량 마술 무술 성악 트로트 등의 버스커를 시도하는 거리 공연 다변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 지난 8일부터는 해변가에 오픈 스튜디오를 설치해 주말마다 공연을 겸한 보이는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김 단장은 해운대해수욕장 정화 캠페인의 하나로 진행했던 '쓰레기 밴드' 공연을 꼽았다. 당시 단원들은 환경미화원 차림으로 노인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했다. 예상 밖의 큰 호응은 영세 공연자에게만 맞춰져 있던 김 단장의 문화 복지에 대한 관심을 관객에게까지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사회의 지원을 받는 예술인이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상업시장이 대응하지 못하는 관객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며 "그 시작은 6월 예정된 청각장애인을 위한 코미디쇼 '해피 아이(Happy Eye)'다. 시각적 재미만을 극대화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다양한 실험적 볼거리로 관객의 문화복지를 확대하는 조직으로 발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