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운동가·부산시인협회장
- 장애인단체 역량 강화 목표
- 부산장총 30년사 발간 계획
- 오늘 '장애인의 날' 행사 개최

"장애인 인권운동에 뛰어들고 44년의 시간이 흘렀죠. 장애인이 제 목소리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엄혹한 시절에 시작한 일인데, 요즘은 법정기념일인 장애인의 날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푸념할 정도로 환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조창용 회장은 "장애인 단체들의 사업 기획력 향상을 도와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9일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장애인종합회관 9층에 위치한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실은 다음 날 강서체육공원에서 개최되는 장애인의 날 행사를 앞두고 분주했다.

장애인의 날은 1981년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만든 법정기념일이다. 국제연합(UN)은 1981년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세계 모든 국가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다. 우리나라도 매년 4월 20일 민간단체가 1972년 시작한 '재활의 날' 행사에 이어 1982년 제정된 '장애인의 날' 행사를 해오고 있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이하 부산장총) 조창용(64) 회장은 "만물이 소생하는 4월에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북돋울 기념일이 있는 것은 타당하다"며 "올해에는 부산지역 장애인과 관련 기관들이 전국 장애인 단체 중 가장 많은 훈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게 됐다. 40여 년 부산 장애인 운동의 성과이자 경사"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1급 지체장애인이다. 1970년대 중반 한 장애인 학생이 부산대 약대 입학 면접에서 탈락한 사건을 계기로 총궐기 데모를 한 게 그가 장애인 복지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다. 이후 그는 부산 최초의 장애인단체인 부산경남소아마비장애인청년연합을 결성하고 1987년 12월 12일 부산장총 창립에도 참하는 등 지역 장애인 운동을 활발히 해왔다. 그는 2012년 부산장총 회장에 선출된 데 이어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는 부산장총이 창립된 지 30주년 되는 해다. 그 기념으로 부산장총은 조직의 30년사를 발간해 12월 부산장애인복지대회 때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이 임기 내 최우선으로 해결하려는 숙제는 중증·척수·지적발달 장애인을 위한 지원 시설 확충이다. 그는 "이제 장애인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 편의시설도 많이 개선돼 장애인이 이용하기가 수월한 곳이 늘었다"며 "하지만 본인이 직접 의사 행위를 하는 게 불가능한 지적발달장애인의 경우 가족 외에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지만 이들의 재활을 돕고 보살필 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조 회장은 부산장총과 장애인 단체들이 입주할 다른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3년 전 부산시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이들 단체가 시가 지은 부산장애인종합회관에 입주했지만, 장애인 전용 대형버스 주차가 쉽지 않은 데다 더 많은 장애인 단체를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중증장애인들의 단체 교외 활동 지원을 위한 전용 버스도 필요하다"며 "4년 임기 내에 시의 지원을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 지원을 받는 장애인 단체 20여 곳의 위상을 높이고 안정 운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조 회장은 "각 장애인 단체가 사업 기획력을 높여 예산을 따낼 역량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기 중 각 단체 임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활동에 주력하겠다는 이야기다.

조 회장은 1999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지난 17일에는 부산시인협회 이사장에 취임했다. 오는 11월 1일 '시의 날' 행사 때 장애인과 시인의 어울림 마당을 마련하고, 문학기행 때 장애인을 동참시키는 등 부산 내 장애인 문학의 저변을 확산하자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