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일도 반납하고 선거 준비
- 사회갈등 마침표 찍는다 각오
- 정책선거 표방·가짜뉴스 배척
- 토론회·선거공보 꼼꼼히 봐야

"다시 확인하고, 또 한 번 돌아봅시다." 24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난 이재화 상임위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직원들에게 이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고, 6개월 이상 걸리는 선거 준비를 2개월 만에 마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화 부산시선관위 상임위원은 "지난 18대 대선 때 투표지분류기가 해킹됐다는 의혹은 선거에 대한 불신을 방증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성효 기자

이 위원은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대부분 직원이 휴일도 반납한 채 선거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미리 선거를 준비하면 '선관위가 탄핵 인용을 바란다'고 오인할 수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에 따른 궐위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선관위에게도 이번 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 위원은 "선거의 기능은 대표자 선출뿐 아니라 사회 통합도 있다. 그간 촛불과 태극기 집회로 국민 여론이 양분됐는데, 선거가 갈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선거를 관리하는 만큼 선관위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탄핵정국을 지나면서 결정적 순간마다 헌법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가 지난했던 갈등의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이 위원은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했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했다. 선관위가 관리하는 대통령 선거로 탄핵정국의 긴 여정이 마무리된다. 공정하고 완벽한 관리로 사회 통합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을 '정책선거'라고 밝혔다. "선거 과정이 짧은 만큼 네거티브, 가짜뉴스에 선거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위원은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관위의 토론회를 시청하는 것이다. 또 각 세대에 발송하는 선거 공보를 꼼꼼하게 살피고,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후보자별 정보와 10대 공약을 보면 가짜뉴스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선관위는 지난 18대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영화 '더플랜'이 개봉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위원은 "영화에서 투표지분류기 해킹 의혹 등을 제기하는데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아 불가능한 일이다. 선거관리에 불신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작은 실수가 불신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 직원이 완벽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정국 이후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마감된 재외선거 및 국외 부재자 선거는 신청자가 29만 명이었다. 지난 대선(22만 명)보다 32%나 늘어난 수치다. 대선후보 TV 토론회 시청률도 38%를 넘었다. 이 위원은 "투표일이 연휴에 끼여 있지만 선거에 관심이 높고 사전투표 제도도 있는 만큼 투표율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는 다음 달 4, 5일 이틀간 진행된다. 사전 투표 때 신분증을 지참한 유권자는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나 사전 신고 없이 투표할 수 있다. 2014년 시작된 사전 투표제도는 이 위원이 중앙선관위 행정국장으로 재직할 때 추진하면서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8년 경북 포항 출생인 이 위원은 부산대 행정대학원 연제구 선관위 사무국장, 중앙선관위 총무과장·행정국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1월부터 부산시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