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영화촬영 유치 기관
- 제작사 관계자 부산 방문 때
- 시나리오에 적합 장소 제안
- 할리우드서 로케 문의 많아

지난달 부산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인 '블랙팬서'의 촬영이 이뤄졌다. 촬영 내내 30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했고, 관련 인력의 숙박만 총 7000박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25일 부산영상위원회의 이승의(40) 제작지원 차장은 "그보다 더 많은 무형의 가치가 생겼다"며 "해외 영화계에 영화도시 부산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 유치의 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차장은 부산의 이번 블랙팬서 촬영 유치를 위해 맹활약한 지역의 숨은 일꾼이다.

	부산영상위원회 이승의 차장은 "블랙팬서 촬영으로 부산이 해외 블록버스터급 영화 제작 지원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원회에 대해 묻자 이 차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영화 로케이션 촬영 유치 기관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이후 부산에 영화 제작 산업을 유치해 지역의 먹거리로 만들자는 취지로 1999년 12월 설립됐다"며 "아시아에서는 홍콩 다음으로 우리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사와 접촉해 부산에서 영화 촬영을 하도록 유치하고 그 편의를 봐주는 게 위원회의 역할이다. 영화 '국제시장' 속 '꽃분이네' 상점이 관심을 끌었는데,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장소를 촬영지 헌팅 때 추천한 위원회의 노력 덕분이다.

이 차장은 "제작사 관계자가 부산에 오면 '밀착투어'를 한다. 시나리오에 적합하다 생각되는 곳은 빠짐없이 안내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환경공단 경찰서 소방안전본부 등 기관에 협조 공문을 돌려 촬영이 원활하게끔 여건을 마련한다. 제작팀은 일차적으로 부산의 풍광에 반하고, 행정 편의에 또 한 번 매료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2000년부터 현재까지 1000편 이상의 작품이 부산에서 촬영됐다.

여기에 부산시민의 지지도 위원회의 활동에 힘이 됐다.

이런 유무형의 자산은 블랙팬서 촬영 유치 때 빛을 발했다. 2015년 10월 해외 영화사의 로케이션 매니저 3명이 부산을 기습 방문했다. 당시 이 차장은 '부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하자'는 각오로 매니저들과 광안대교 주탑 등 촬영지를 돌며 '밀착 투어'를 진행했다. 그는 "무리 중 미국 로케이션 매니저조합(LMGI) 소속자가 있었던 게 도움이 됐다"며 "같은 해 12월 영국 로케이션 박람회의 LMGI 부스에서 부산의 영상을 알리면서 해외 시장까지 입소문 마케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때 일은 '마더랜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마블 영화사의 지난해 8월 부산 방문 계기가 됐다. 당시 제작진은 싱가포르와 인천 서울 경기 부산을 촬영지로 검토하고 있었다. 이 차장은 "제작진이 원하는 콘셉트가 뭔지 간파하고 사직로 영도 마린시티 해운대 등 블록버스터급 영상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곳을 밤과 낮 두 번씩 빠짐없이 보여줬다"며 "싱가포르의 야경이 제일 걱정돼 투어 내내 부산의 야경과 행정적 지원, 시민의 호의적인 태도를 어필했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2달 뒤 '블랙팬서' 부산 촬영이 결정됐다. 지난달 17일부터 돌입해 꼬박 한 달간 총 10회 촬영을 했다. 내년 개봉 때 10분 정도 부산 배경의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영화에 노출되는 시간이 아니라 할리우드 거대 제작사가 부산을 찾았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이달 참가했던 해외 박람회 때 현지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한국의 대표도시는 부산이며, 그곳에서 블랙팬서가 촬영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 있었죠. 부산이 해외 블록버스터급 영화 제작을 소화할 능력이 있음을 전 세계 영화 관계자로부터 인증받은 셈입니다."

현재 '분노의 질주' 제작팀이 위원회에 러브콜을 보내와 관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른 할리우드 제작팀도 부산 촬영을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숙제는 있다. 이 차장은 "2020년 기장에 3300여㎡ 규모의 실내 작업 스튜디오가 마련된다. 위원회 지하 1층에도 820여㎡ 규모 스튜디오 2개 동이 있지만, 국내 수요를 감당하기도 벅차다"고 지적했다. 2004년 경성대 영화과를 졸업한 이 차장은 현재 자신과 같은 부산 출신의 영화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