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선 근대작품 선호 경향
- 연 1회 정기경매 진행 추진
- 기존 갤러리와도 상생 모색
- 초보자 소액 온라인 경매부터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첫 부산 경매(본지 지난 25일 자 21면 보도)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지난 26일 부산 해운대구 서울옥션 부산사무소에서 열린 '서울옥션2017 부산 세일'에서는 경매에 나온 41점 중 38점이 팔려 낙찰률 93%, 낙찰 총액은 49억 원을 기록했다. 첫 부산 경매를 마친 서울옥션 미술품경매팀 소육영(41) 이사를 만났다.

서울옥션 미술품경매팀 소육영 이사가 서울옥션의 부산 첫 경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부산 컬렉터들은 진득해요. 미술시장에서 현대 작품인 단색화가 유행이지만, 부산 분들은 당장 구입하지 않고 진중하게 지켜보시는 편이에요. 신중하게 추이를 보는 거죠. 현대 작품보다는 이번 부산 경매에 나온 이인성 유영국 도상봉 박수근 김환기 등과 같은 근대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시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 이사는 서울이 유행에 민감해 단색화 등 현대 미술에 관심이 많다면, 부산은 가치가 검증된 근대 작품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울옥션은 이번 부산 경매를 근대 작가의 작품 위주로 구성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평균 낙찰률이 70% 전후인데 부산 경매는 93%에 이르렀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박수근의 '여인'은 2억8000만 원에 팔렸고,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천경자의 '여인'은 낙찰가 1억5000만 원을 기록했다. 장욱진의 '월목(月木)'과 이인성의 '사과나무' 모두 3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은 야요이 쿠사마의 'Grapes'로 7억6000만 원이었다.

서울옥션이 지난해부터 부산에서 분기별로 프리뷰 전시(경매에 나올 작품을 미리 선보이는 전시)를 한 데 이어 경매까지 개최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옥션은 메이저 경매를 서울에서 연 4회, 홍콩에서 연 3회 연다. 소 이사는 "부산 시장의 가능성"을 꼽았다. "해운대지역의 발전상을 보면 부산의 경기가 서울보다 좋아 보여요. 잠재적인 구매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부산은 6·25전쟁 때 이중섭 김환기 등 근대 작가가 대거 피란 와 교류했던 역사가 있어요.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형성된 미술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는 도시입니다. 서울과는 다른 부산 시장의 특성이 한국 미술시장의 고른 발전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소 이사는 "앞으로 연 1회, 추이를 보고 상·하반기 2회까지 부산에서 경매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부산 컬렉터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부산에 있는 기존 갤러리는 시장을 잠식당하는 일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소 이사는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갤러리가 1차 시장이라면, 옥션은 2차 시장이다. 부산 갤러리에서 가능성 있는 부산 작가를 발굴하면 옥션은 메이저 경매에 올려 인지도를 높인다. 또한 옥션은 미술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갤러리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컬렉터가 10명에서 100명으로 늘면 자연스럽게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고객도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 이사는 초보 컬렉터에게 "연봉의 10% 이하 혹은 500만 원 이하의 작품부터 구매해 보라"고 조언했다. 우선 판화나 프린트를 구입해 자기 취향을 진단하고, 가격대가 낮은 작품이 출품되는 온라인 경매부터 시작하는 것도 권했다. 소 이사는 1976년생으로 2005년 서울옥션에 입사했다. 해외 미술품 환수 담당에서 근현대미술팀장, 미술품경매 총괄팀장을 거쳤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