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 전례위원 출신 유학자
- 낙향해 역사문화 탐방로 설계
- 문화해설 들으며 걷는 코스
- 선비정신 든 콘텐츠 담을 것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흔적을 살펴보고 거기서 느낄 수 있는 옛 선비들의 정신을 본받아 새로운 차원의 힐링을 하기 위해 선비길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다 문화와 관광을 더했기에 '선비문화관광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역에 산재한 문화유적을 힐링이 있는 인문학의 현장으로 개발해 자치단체의 관광산업과도 연계하자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천 곤양향교의 이대효 씨는 "선비문화관광길을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며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특색 있는 관광상품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경남 사천시 곤양면 곤양향교에서 '선비문화관광길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이대효(58·국가무형문화재 제56호 종묘대제 전승자) 씨를 30일 만났다.

사천시 축동면 구호마을이 고향인 이 전승자는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전통연희학과를 졸업하고 평생을 성균관을 중심으로 유학과 예법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지도자다. 성균관 전례위원과 조선왕릉연구원장을 지낸 그는 갑자기 몸이 불편해지자 고향에서 문화활동을 하며 보내기로 마음 먹고 지난해 말 이곳으로 왔다.

그가 곤양향교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문화활동은 선비문화관광길(이하 '선비길')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이 씨가 지난해 초까지 살던 경기도 고양시에서 추진했다. 그가 낙향하면서 프로그램까지 가져와 이제는 곤양향교에서 빛을 보게 됐다. 그는 선비길을 사천의 10개 코스 이외에도 진주를 비롯해 하동과 남해 산청 고성 등지에도 각각 12개 코스를 설계해 두고 있다.

이 전승자는 "선비길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역사유적지와 지역문화재, 자연유산 등을 연계해 관광하면서 인문학을 공부해 보자는 프로그램"이라며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산책을 즐기면서 힐링도 하고 역사도 배우며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갖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천선비길의 특징은 하루 가운데 오전의 2시간은 향교 내 유림회관에서 그날 걷기행사를 할 선비길에 관련된 역사와 문화를 이론으로 배우는 것이다. 강사는 대학교수나 박물관 연구원, 향토사학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점심으로는 선비밥상이 마련된다. 정갈하면서도 과식하지 않고 채식과 육식을 균형 있게 맞춘 식단이다. 오후에는 사천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2시간가량 소요되도록 짜여진 선비길을 걷는다.

사천 선비길은 모두 10개 코스다. 1코스의 '실안노을길'과 2코스의 최초거북선길은 늑도유적지와 각산봉수대, 선진리성전투, 거북선 첫 승전지 등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되짚고 3코스의 '사천향교길', 4코스의 '구계서원길', 5코스의 '남명조식길'에서 옛 선비들의 공부방법과 애민정신을 살펴본다. 6코스의 '토끼와 거북이길'과 7코스의 '농가선비길'도 서민들의 해학과 농본사상을 돌아보고 8코스의 '세종태실길'과 9코스의 '작도정사길', 10코스의 '이순신장군 백의종군로' 등으로 짜놓고 있다.

사천은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세곡(세금으로 거둬들인 곡식)을 서울로 실어 나르던 남해안 조창의 중심지였다가 임진왜란 때는 전쟁이 치열했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지만 풍패지향(왕이 탄생한 서울 이외의 지역)의 유서 깊은 고장이다.

그는 "세종·단종의 태실터가 있고 남명 조식 선생과 구암 이정 선생의 선비정신을 스토리로 엮어내는 문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승자는 "쉽게 생각하면 선비길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문화와 역사의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면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전국에서도 가장 특색 있는 문화 콘텐츠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