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문화회관서 강연 열어
- 작품 재미 느끼게 길라잡이
- "공연 적은 부산은 블루오션
- 능동적인 관객 만들기 우선"

"오페라에 스페인 세비야가 자주 등장해요. 오늘 보시는 비제의 '카르멘'이 그렇고,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도 마찬가지죠. 세비야가 어떤 도시인지 찾아보세요. 오페라를 볼 땐 배경이 어디냐, 등장 인물이 어디에서 태어나고 자랐느냐를 알면 이해도가 깊어집니다."

이의주 연출가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완공을 앞두고 저변 확대 차원에서 지난해 '부산문화회관 오페라 아카데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민철 기자

지난달 18일 부산문화회관 콘퍼런스홀, 이의주(43) 오페라 연출가가 '부산문화회관 오페라 아카데미- 백스테이지 오페라'의 올해 첫 강연을 시작했다. 이 연출가는 201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1975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카르멘을 비교해 시대별 극장별 연출의 차이와 역할을 보여줬다. 강의 이름대로 오페라의 뒷이야기가 풍성했다.

해당 강의는 부산시와 부산문화회관이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2020년 완공을 앞두고 저변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처음 마련했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올해는 모집 인원 50명을 훌쩍 넘어 80여 명으로 마감했다. 이어진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4월 25일)와 푸치니의 '라보엠'(지난 8일) 수업에도 신청자 대다수가 참석하며 열의를 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오페라 강의를 맡은 이의주 연출가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오페라의 매력에 대해 들었다.

부산의 경우 서울은 물론 도시 규모가 비슷한 대구와 비교해도 오페라 공연이 자주 열리지 않는 편이다. 이 연출가는 이에 동의하며 "오페라를 좋아하기에는 야구를 너무 좋아하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놓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부산이 진정한 오페라의 블루오션"이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뮤지컬이 뜬다고 하지만 저는 오페라가 뜰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단언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신비롭고 환상적인 장르를 좋아해요. 무엇보다 음향을 쓰지 않은 인간의 목소리, 자연음, 호흡, 본능이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러니 관객이 감동하고 열광적으로 30분간 박수를 치는 겁니다."

다만 이 연출가는 오페라에서 감동을 제대로 느끼려면 조금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연출가는 자신의 강의를 오페라를 알기 위한 '만화'라고 표현했다. "정통 오페라는 삼국지를 원문 그대로 읽는 것, 현대 오페라는 삼국지를 한글로 읽는 것이라면, 제가 하는 강의는 삼국지를 만화로 읽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겪지 못한 것,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이 능동적으로 오페라에 참여하도록 하는 길라잡이죠. 종합예술인 오페라를 차근차근 이해하다 보면 본인만의 희열을 만납니다."

이 연출가는 오페라가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굳이 유럽과 비교해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린 수백 년 역사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했지 않느냐"며 "그 대신 르네상스 인본주의, 프랑스 혁명의 평등 자유 박애 등 유럽의 인간 존중 사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연출가는 관객에겐 오페라를 대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음악인에겐 찾아가는 자세를 강조했다. "커튼콜에 우리는 '아! 차 빼야 하는데, 어디 주차했더라'를 떠올려요. 그보다 작품이 주는 여운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또, 플라시도 도밍고가 싱어송라이터 존 덴버와 '퍼햅스 러브'(Perhaps Love)를 불러 사람들을 오페라극장으로 불러들인 것처럼 공연을 만드는 사람도 관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갔으면 합니다."

이 연출가는 국립오페라극장의 최연소 연출가 출신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던 고교생 때 우연히 본 '라보엠'이 인생을 바꿨다. 오로지 오페라 연출가가 되기 위해 성악을 전공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를 마친 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했다. 33세에 귀국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게 한 작품으로 데뷔한다.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을 시작으로 국립오페라극장의 최연소 상근 연출가로서 약 150회 공연을 펼쳤다.

2010년부터 프리랜서로서 제1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아이다'를 연출했고, 이탈리아 살레르노 베르디 극장에서 한국인 최초로 연출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강의·공연 기획·컨설팅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 중이며 올해 하반기 '아이다' 전국 투어를 앞두고 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