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창립…BIFC에 '둥지'
- 선박구입·용선료 해결 앞장
- 성장 가능성 높은 업체 찾아
- 글로벌 해운사로 적극 육성

한국선박해양㈜은 해운사가 보유한 배를 사들인 뒤 싼값에 다시 빌려주는 '선박은행(tonnage bank)'이다. 한국선박해양은 지난달 창립기념식을 열고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13층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선박해양 나성대 사장은 "국내 해운업계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소 해운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한국선박해양 나성대(59) 사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조선·해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국선박해양이 만들어진 만큼, 현재 침체기를 겪고 있는 조선·해운산업을 하루빨리 부흥시키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선박해양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곳은 KDB산업은행(5000억 원)과 한국수출입은행(4000억 원), 한국자산관리공사(1000억 원) 등이 1조 원의 자본금을 출자해 지난 1월 설립됐다.

당시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고 해운 시장 불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한국선박해양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내 1위 해운사가 된 현대상선과 지난 3월 선박매매 양해각서 및 자본확충 계약을 체결하며 국적선사 지원을 개시했다.

해운사들은 막대한 선박 구매비와 높은 용선료 탓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선박해양은 선박구입과 용선료를 동시에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불황기 동안 해운사가 보유한 선박을 시가로 매입한 뒤 시가와 장부가의 차이만큼을 자본확충으로 보전해주는 것이다. 나 사장은 "조선업과 해운업은 바늘과 실 같은 관계이다. 해운업이 호황이면 자연스럽게 선박 발주가 많아지며 동반성장을 이루는 구조"라며 하지만 "해운업 불황이 오는 2020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중소 해운사 지원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쟁력이 없는 일명 '좀비 기업'은 제외하고, 국제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선별적으로 지원해 글로벌 해운사로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1단계 중고선 매입, 2단계 신조선 공동투자, 3단계 정통 선주 사업 순으로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업무를 진행하겠다"며 "현재는 직원 10명인 소규모 조직이지만 향후 인력을 확충하고 조직 규모를 키워나가는 데도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선박해양은 BIFC에 입주한 한국해양보증보험, 해양금융종합센터 등 다른 해양금융기관들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해양금융지원을 위한 원스톱 시스템의 구축으로 해양특화 금융중심지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게 됐다. 나 사장은 "동종업계의 클러스터가 형성돼 훨씬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기관별로 맡은 역할이 조금씩 달라 수시로 만나서 협의할 상황이 많다. 관련 기관들과 힘을 모아 명실상부한 해양금융 클러스터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한국선박해양, 한국자산관리공사, 해양금융종합센터, 한국선박해양(주), 선박운용회사, 해운사, 조선기자재업체 등을 총망라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선박금융 전문가로 손꼽히는 나 사장은 서울시립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국방대학교 대학원 국방관리학(국방경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그는 2005년 한국투자공사(KIC)가 처음 만들어질 때 설립단장을 지냈고 2009년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세워질 때도 설립준비단 총괄반장을 맡았다. 이후 한국정책금융공사 상임이사(2009~2014년)로 재직하며 경영기획과 선박금융 등을 담당했다. 2015년부터 지난 1월까지 산업은행 부행장으로 임기를 마쳤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