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전 유도 3단으로 경찰돼
- 강력범 검거 등서 맹활약
- 퇴직 후 경찰모임 회장 맡아
- "유도로 받은 것 다시 베풀 것
- 실업·학교 유도팀 확대 목표"

"다른 운동은 타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데, 유도는 상대 힘을 이용해서 넘기는 게 특징입니다. 저를 보면 아시겠지만 건강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운동입니다."

서정우 부산유도협회장은 "부산에 태권도장이 800여 개인데, 유도장은 50개도 안 된다"며 "사설체육관 확대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진 기자

서정우(69) 신임 부산유도협회장은 유도의 매력을 '부드러움'이라고 표현했다. 유도와 오래 인연을 맺고 15대 회장으로 취임하는 그는 어린 시절부터 풍채가 좋아서 주변에서 여러 운동을 추천받았다. 하지만 친척 어르신의 추천을 받아 찾은 유도 체육관에서 시작된 인연이 협회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도가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체질이었던 모양입니다."

당시 서울 명동에 있던 유도학교 출신(현재 용인대 유도학과)인 서 회장은 1972년 경찰에 입문할 때 이미 유도 공인 3단이었다. "유단자이다 보니 지원 당시 추가점을 받아서 좋은 성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그는 30여 년의 경찰 생활 동안 주로 강력계 형사로 활동했다. 경찰로 활동하던 당시에도 꾸준히 체육관을 드나들며 유도와 함께했고 경찰 유도 대회에서 준우승하기도 했다. 그의 사무실 한쪽에는 경찰 유도 사범으로 시범을 보이는 서 회장의 모습이 담긴 옛 사진도 전시돼 있다.

경찰 생활 중에 유도가 도움이 된 순간도 많았다. 1975년 당시 부산에서 대대적인 밀수품 단속과 대규모 검거가 진행됐다. 유단자 위주로 구성된 수사팀으로 차출돼 작전에 투입된 서 회장은 "당시 검거 대상이 키가 190㎝가 넘는 거구였는데, 영주동 골목길에서 주특기인 허리 조르기로 넘어뜨려 잡았다. 당시 검거 작전을 진행하던 담당검사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회상했다.

경찰에서 퇴직한 뒤 그는 퇴직 경찰 모임인 경우회 회장을 오랜 기간 맡았고, 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9대째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사는 토박이인 서 회장은 아파트 경비·청소·방역 관리업체를 운영하며 다양한 직책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하는 일이 많지만 유도협회장을 맡은 만큼 정리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부산지역 유도 활성화를 위해 학교 유도부와 실업팀 창단, 사설 체육관 확대 등에 힘쓰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부산지역에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0여 개 팀이 있고 실업팀 2개를 더해 200여 명의 선수가 활동 중이다. 부산 출신 유망주를 배출하고, 많은 선수가 안정적으로 활동하는 환경을 위해 뜻이 있는 학교와 단체를 찾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일반인들이 유도를 접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유도장 확대도 필요하다. 은퇴 후 이전부터 즐기던 유도를 하기 위해 유도장을 찾던 그는 그동안 유도장이 많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서 회장은 "부산지역에 태권도장이 800여 개인데 유도장은 50개도 안 될 정도로 턱없이 적다"며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오는 25일 취임식을 가질 예정인 그는 '화합'을 강조했다. 경찰로 활동할 때부터 유도와 함께해 온 그는 은퇴 후에도 부산유도협회 이사직을 오래 맡았다. "당시부터 승단 교육과 심사를 하면서 유도계에 많은 사람을 알고 있었다"는 서 회장에게 부산 유도계는 이전부터 회장직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서 회장은 "하형주 동아대 예술체육대학장을 비롯해서 많은 유도인이 찾아왔지만 1년 정도는 고사했다.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도로 받은 것을 다시 베풀자'는 마음을 새롭게 먹고 요청을 수락했다. 서 회장은 "부담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부산 유도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선후배 간에 미덕을 베푸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