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20m까지 태양광 전달
- 자연채광 신기술 유일 보유
- '온천천 햇빛 찾아주기' 성공
- 뉴욕 지하공원 사업에 참여
- 일조권 분쟁 해결 도움될 것

"지하 20m까지 자연 형태의 태양광을 보내는 기술은 세계에서 우리 회사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태양광을 전달하며 스펙트럼 훼손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지하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지요."

선포탈 한태곤 대표는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 햇빛을 비춰주는 기술은 일조권 분쟁 해소 등 적용할 분야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종진 기자

세계 최초 지하공원 조성 사업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로라인 프로젝트(Lowline Project)'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 중소기업이 있다. 최근 '로라인 프로젝트의 모델이 부산 온천천이라는 소식'(본지 지난 12일 자 8면 보도)이 알려지며 주목받은 선포탈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과거 '온천천 햇빛 찾아주기' 사업을 주도했던 엔에스넷과 자연채광 시스템이라는 핵심 기술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 22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본사에서 한태곤(44) 대표를 만나 자연채광 기술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자연 그대로의 햇빛을 전달하는 것이 자연채광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빛뿐만 아니라 가시광선까지 살려 식물의 광합성을 가능하게 해 깊은 지하까지 전달합니다. 이 기술로 뉴욕의 '로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자연채광 시스템은 자외선과 열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한 대표는 "태양광을 그대로 살려 송출하기 때문에 자외선도 온전히 전달된다. 실내에서도 자외선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자외선·열 등을 감소시킨 태양광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LED와 연동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사용해 비가 올 때 등 채광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날에는 자동으로 LED 광원으로 전환된다"고 덧붙였다.

로라인 프로젝트는 뉴욕 맨해튼의 버려진 지하 전차터미널 부지 4000여 ㎡를 개조해 내년 완공 목표로 세계 최초의 지하공원을 만드는 사업이다. 자연채광 기술로 태양광을 지하로 끌어들여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생태공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지하 공간에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을 연구하는 로라인 랩에는 현재 35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연간 방문객만 10만 명이 넘는다.

한 대표에 따르면 뉴욕 로라인 프로젝트는 과거 실패한 프로젝트였다. 나사 인공위성 엔지니어 출신 제임스 램지는 2012년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지만, 가시광선 전달이라는 난제에 부딪혔다. 제임스 램지는 부산의 '온천천 햇빛 찾아주기' 사업에 주목했고,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2015년 부산을 찾았다.

한 대표는 "제임스 램지가 온천천에서 직접 기술을 확인한 후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2015년 10월 '로라인 랩'이라는 샘플을 성공적으로 설치해 타임·BBC·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 유수의 언론으로부터 주목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하 20m의 경우 자연광의 60% 효율로 전달할 수 있다. 조만간 서울지역 5곳에서도 채광시스템을 적용한 공간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한 대표는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 햇빛을 비춰주는 기술이기 때문에 앞으로 일조권 분쟁 지역 등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 출신인 한 대표는 부산대 건축공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영국 레딩대 대학원에서 건설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9년 영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그는 2013년 고향에 정착했다. 지난해 기준 이 회사의 매출액은 15억 원이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