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위축되는 중장년층
- 사회적 경험과 관심사 공유
- 의미있는 새 삶 터주는 역할
- 산업구조 맞춤 교육 위해선
- 예산증액·실질지원 이뤄져야

1950, 1960년대에 태어나 우리사회 곳곳에서 활약했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2년 전 은퇴 시기를 맞으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요즘은 이들의 인생 재설계를 의미하는 '50플러스(+)'가 몇몇 지역 자치단체의 관심을 받으며 뜨는 용어가 됐다. 높은 지적 능력과 직업적 전문성, 젊은 감성을 갖춘 중장년층의 사회적 역할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 이기영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중장년층이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도록 50플러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효 기자

최근 부산대 '50플러스 생애재설계대학' 설립 과정을 이끈 이기영(53·사회복지학)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회적 가치를 피력하는 사회복지학자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지난달 5일 50플러스 대학의 13주 과정 운용을 시작해 8주차 교육을 앞두고 있다. 앞서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5월 장년층 생애재설계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관련 사업의 로드맵을 짜기 위한 단초가 필요한데 그 시작을 부산대 평생교육원이 맡은 것이다.

이 교수는 28일 "50플러스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중장년층이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학습의 전 과정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중장년층의 사회공헌을 꾀하기 위해 설립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 인구 350만 명의 17%에 해당하는 60만 명이 베이비부머에 해당한다.

50플러스는 중장년층의 배우려는 욕망을 채워주는 동시에 코치들이 함께 길을 찾는다는 점에서 단편적인 재교육에 그치는 일반적인 평생교육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50플러스는 '당사자주의'입니다. 부산 사투리로 '하고재비(어떤 일에 의욕이 넘치는 사람)'가 돼야 의미가 있습니다. 집단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이 협력해 경험과 배움을 주고 받는 데 의의가 있는 거죠."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시간짜리 강의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대학의 전체 13주 과정 중 지난 24일 7주차부터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경력 공동체(학생 커리어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공통 관심사에 따라 주제를 정한 뒤 공부와 탐구, 실습 등을 함께하는 식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봉사나, 전문 수납사 등의 일자리 정보를 공유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며 "누군가 어떤 게 있다고 하면 그 자체가 값진 정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0플러스는 중장년층이 가진 경험과 사회적 가치의 재확산 수단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재 50플러스 1기 교육생 50명의 면면을 보더라도 주부, 자영업, 금융업, 보험업, 공무원, 교직 출신 등 그 경력이 다양하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중장년층이 위축되는 것은 손실이다. 이들의 침체는 노동력, 소비시장의 침체를 의미한다"며 "재활을 토대로 인생 3기에 의미 있는 길을 새롭게 터주는 역할을 50플러스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앞서 서울시의 50플러스 학교 사례를 참고했지만, 더 신경 쓴 것은 학생들의 성향이 담긴 지원서류였다"며 "7주차 때 학생들의 관심사에 따라 세분화된 커뮤니티가 구축됐다. 31명의 사회적 기업 전문가들이 맞춤 도우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커뮤니티 활동의 경우 부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김경량 소장이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현장 실습을 돕고 노하우를 전수한다.

산업 고용 구조에 따른 맞춤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부산대 50플러스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비도시·산업 인구와 해운·중공업 쪽 퇴직자가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부산만의 특성을 살린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또 현재 인건비만 충당할 정도의 적은 사업 예산을 늘리는 것도 시급하다. 이 교수는 "재설계대학이 단순히 수강으로만 끝나면 노인 대학의 다른 버전이 되고 말 것이다. 수료생이 꾸준히 길을 찾아나갈 수 있게 버팀목이 돼줘야 한다"며 "커리어 커뮤니티와 현장을 연계할 예산 증액이 중요하다. 졸업 후 6개월간 기존 동아리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연습 공간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0년 보건복지부에서 베이비부머 정책 기획단장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당시 지식 노령인의 사회공헌 활동과 관련된 정책을 개발한 것이 현재 그가 중장년층 교육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