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 발전하면서
- 시위문화도 한층 성숙해져
- 지역민주화운동 체계적 정리
- 시민들에게 당시 역사 증언
- 더욱 계승·발전시켜 나갈 것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밝혀진 촛불들은 무한한 힘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수십만 명이 모인 '촛불 집회'에서 큰 인명피해나 경찰과의 충돌이 없었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문정수 이사장은 "민주화 과정을 기록하고 담아 시민들이 민주주의 역사와 소중함을 익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촛불보다 앞서 우리 시민은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거리에 모였다. 그중 6월항쟁은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개헌 논의 중지와 제5공화국 헌법에 의한 정부 이양을 핵심으로 한 4·13 호헌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결집한 민주화 운동이다. 항쟁은 6월 10일을 정점으로 20여 일간 전국으로 확산됐다. 결국, 6월 29일 시민들은 전두환 정권의 항복을 받아냈다. 어느덧 6월항쟁도 30주년을 맞이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으로 이어져온 민주화 운동을 평가·정리하고 그 정신을 기념·계승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1989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로 창립했고 1997년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문정수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6월항쟁보다 앞선 4·19혁명과 부마항쟁 등에서도 부산은 큰 역할을 했다"며 "당시 부산은 '야도(野都)'라고 할 만큼 야성이 강한 도시였다. 6월항쟁 당시 전국 국민운동본부가 5월 27일 발족했지만, 부산에는 국민운동본부가 이보다 일주일 앞서 결성됐다"고 설명했다.

문 이사장과 기념회와의 인연은 문 이사장이 부산시장이던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은 민주화 운동의 제1선에 서서 많은 투쟁을 한 곳인데 이를 기념할 상징물이나 징표가 없었다. 희생자들을 기릴 변변한 시설도 갖추지 못했다. 문 이사장은 부산에 민주화 투쟁에 관한 사료와 기념물을 모으고 민주 시민들에 대한 교육의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현재 기념사업회가 있는 민주공원을 만드는 것을 주도하게 됐다. 문 이사장은 당시 민주공원 창립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문 이사장은 "송기인 신부가 재야 대표로 집행 위원장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간사 역할을 했고 시에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간사 역할을 했다"고 기억했다. 문 이사장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념사업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문 이사장은 6월항쟁을 실제 현장에서 목격하고 경험했다. 당시 야당이던 통일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부산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국민운동본부의 공동 대표도 맡았다. 문 이사장은 "6·29 항복 선언으로 6월항쟁은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양 김 씨(김영삼·김대중)가 난립하면서 노태우 정권이 탄생했다"며 "노태우 정권에서 광주항쟁 진상 등을 다 희석했다. 야권 분열이 아니었다면 전두환 정권의 신군부 집권 그리고 광주사태 진상 등도 좀 더 명명백백하게 이른 시일 내에 밝혀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3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회에서는 6월항쟁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10일에는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부산지역 현안과 민주주의의 다양한 의제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민주주의 박람회가 개최된다. 민주공원과 가톨릭센터에서는 민중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문 이사장은 30주년 행사와 관련해 부족한 시 예산 지원 등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이사장은 "6월항쟁부터 촛불집회까지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시위 문화도 굉장히 성숙했다"며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을 부러워하는 곳이 많다. 민주화 과정을 기록하고 담아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산 역사와 소중함을 익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