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기술로 개발 스크린X
- 좌우정면 입체로 몰입 극대
- 작품 선정부터 전 과정 총괄
- 국내 중소 그래픽 회사 협업
- 양질 일자리 창출에도 한 몫

스크린에서 망망대해가 갈라지는 순간 극장 양 벽면에 바다가 생긴다. 관객들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바닷물에 휩싸이는 느낌을 받는다. 이 장면은 지난달 24일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하이라이트로, '스크린X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한 영상이다.

CJ CGV 최용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스크린X관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컴퓨터그래픽 업체와 스태프가 많아져야 하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우 기자

스크린X는 CJ CGV와 카이스트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다면상영시스템으로, 정면과 좌우 벽면 등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더 엑스'로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해까지는 '차이나타운' '검은 사제들' '히말라야'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등 한국 영화만 상영했다. 올해 들어 '그레이트 월' '킹 아서: 제왕의 검'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 할리우드 영화가 스크린X로 상영되면서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CJ CGV에서 만난 CJ CGV 스크린X 스튜디오의 최용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스펙터클한 영상이 장점인 할리우드 영화를 스크린X용 콘텐츠로 제작하니 스크린X의 장점이 더 잘 살고, 관객의 반응도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스크린X의 작품 선정, 기획, QC(퀄리티 컨트롤)을 비롯해 개봉 전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다.

스크린X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두 가지가 충족돼야 상영할 수 있다. 최 디렉터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콘텐츠를 선정하고, 제작하는 작업이 어렵다. 힘들게 블록버스터를 만든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승낙이 떨어지면 이후 어떤 장면을 스크린X로 상영할 것인지 결정한다. 그러면 국내 중소 컴퓨터그래픽 제작업체들이 본편을 바탕으로 양 벽면에 상영될 장면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킹 아서: 제왕의 검'은 전체 러닝타임 중 30분 정도가 스크린X로 상영됐는데, 모든 공정 단계에서 할리우드의 확인을 받아야 했다. 그는 "국내에서 제작한 스크린X 영화를 보고 '킹 아서'의 가이 리치 감독은 '어메이징'하다고 말했고, '캐리비안의 해적'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다음 작품도 스크린X로 제작할 만하다'는 이야기했다고 한다"며 "현재 하반기에 개봉할 세 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협의 중이고, 내년에는 10편을 스크린X로 상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국내 중소 컴퓨터 그래픽 회사와 협업한다는 것이다. 그간 자이언트 스탭, 밀크, 지노드, 2L 등의 회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양 벽면에 상영되는 영화를 제작했다. 최 디렉터는 "이들은 의사결정이 빠르며, 기술과 창의력도 뛰어나다"며 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이렇게 콘텐츠가 준비됐다면 이를 상영할 수 있는 하드웨어, 즉 스크린X관이 필요하다. "처음 '더 엑스'를 상영할 때만 해도 상영관이 너무 열악했다. 스피커가 양 벽면에 있어 화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도 했다"는 최 디렉터는 "하지만 이제는 벽면 스크린의 질이 높아져 색감이나 밝기가 좋아졌다. 앞으로 LED로 스크린을 만드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해 더욱 진화된 스크린X관을 기대케 했다.

현재 스크린X관은 국내 84개 관(부산 4개 관), 해외 6개국 35개 관이 있으며, 2020년까지 국내 100개 관, 세계 1000개 관을 목표로 잡고 있다. 단순히 관의 숫자만 많아지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1000개 관이 되려면 콘텐츠를 제작할 컴퓨터그래픽 업체도 더 많아져야 하고, 스크린X관도 많이 지어야 한다. 또한 영화 제작과 관련한 스태프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파생되는 분야까지 감안하면 양질의 일자리 7000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스크린X는 현재 국내외 41개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7월 미래창조과학부의 '가상현실 5대 선도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