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주서 막걸리 제조로 명성
- 수영 옛 고려제강 'F1963'에
- 한식·양식 넘나드는 요리
- 전통술 곁들이는 한식당 열어

한때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었다. 하지만 갑자기 끓어오른 관심은 오래가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한 차례 요란스러움이 지난 뒤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부산의 특급호텔에서 우리 술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거나 한식 요리에 곁들일 수 있게 메뉴에 우리 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수영구 옛 고려제강 자리인 F1963에 막걸리와 그에 맞는 한식 요리를 내놓는 음식점 복순도가가 문을 열었다. 복순도가는 울산 울주군에 본사가 있는 주류 제조업체의 이름이자 이곳에서 빚는 막걸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박복순 대표는 "복순도가 막걸리는 직접 빚은 누룩과 우리 쌀로 만든다"며 "음식을 통해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 식당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민철 기자

박복순(58) 대표와 복순도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자 처음엔 "나는 술 빚는 거 말고는 아는 게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 어떻게 술을 빚게 되었느냐고 묻자 반응이 달라졌다. "결혼 후 언양의 시댁에서 한 달간 살았다. 쌀 100섬을 농사짓는 대농이었던 시가에서 시어머니가 빚으신 술을 일꾼들이 아주 즐겁게 마시고 일하는 원동력으로 삼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본래 술을 잘 못하지만 조금 맛을 보니 너무 시큼하고 냄새도 강하고 해서 이 술을 어떻게 마시지 했다. 하지만 일하는 분들은 이것처럼 맛있는 술이 없다고 하셨던 게 기억난다"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시부모가 돌아가시고 텅 빈 시가의 사랑채에서 그때 생각이 나서 어깨너머로 봤던 대로 술을 빚기 시작한 게 복순도가의 시작이었다. 박 대표는 "현재 맛은 당시와 다르다. 훨씬 부드럽고 향기도 좋아 젊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맛이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복순도가의 막걸리는 향기부터 놀라게 한다. 와인잔에 따라 놓은 막걸리에서 화이트 와인과 똑같은 향이 났다. 직접 한 모금 먹어보기 전에는 와인인지 막걸리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박 대표는 "복순도가 막걸리는 우리가 직접 빚은 누룩과 우리 쌀로만 만든다. 그리고 발효를 20~30일 하면서 자연히 탄산이 차올라 뚜껑만 열면 저절로 섞인다"고 설명했다. 탄산이 강하게 들어 있어 한 번에 뚜껑을 다 열었다간 막걸리가 부글거리며 다 흘러나올 정도다. 그래서 먹을 땐 조금씩 여닫으면서 탄산을 다 빼고 시원하게 먹으면 된다. 박 대표는 "스테인리스 통이 아니라 어른 한 사람이 들어가도 충분할 만한 큰 항아리에서 발효의 전 과정이 이루어진다. 생막걸리라 냉장 보관해야 한다"고 주의점을 알려줬다.

박 대표는 "건축을 전공한 큰아들 민규가 울주군 상북면의 복순도가를 직접 지었고 둘째 아들 민국이는 수학전공인 것을 살려 발효 과정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했다"며 두 아들과 자신의 협업임을 강조했다. 도가에선 막걸리를 만들어 내고 F1963에선 한식을 양식 셰프들과 협업해 만들어내는 요리를 만든다. 박 대표는 "요리에 들어가는 각종 장류나 발효액을 내가 만들어 가져다주면 이곳의 젊은 셰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해 낸다. 한식과 양식이 섞이면서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며 이곳에서의 일을 즐겼다.

취재 당일 맛본 돼지고기 항정살 요리도 같은 방식이었다. 밑에는 오징어 김치를 깔고 그 위에 수비드로 익힌 부드러운 항정살을 올려 마치 수육이지만 양식 요리처럼 만들어 냈다. 박 대표는 "본래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서 손맛이 괜찮은 편이다. 우리 술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우리 음식이므로 더욱 많은 분에게 소개하고 즐기고 싶어 이 일까지 하게 됐다"며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웃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