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옛 도심 학교 살리기
- 창원 5개 초·중학교서 참여
- 학교 특색따라 예체능 활성화
- 학생 늘고 학교 폭력도 해결
- 지역 마을학교 만들기는 숙원

"예술을 사랑하는 생활인으로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이 저의 교육 가치관입니다. 교직에 몸담는 동안 많은 학생이 예술 교육을 통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뿌듯했습니다."

안병학 창원교육장이 옛 도심 학교를 살리는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종호 기자

불과 두 달 뒤면 34년간 정들었던 교직을 떠나게 되는 창원교육지원청 안병학 교육장을 26일 만났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안 교육장은 졸업 후 미술 학원을 운영하다 1983년 교직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는 데 시간적으로 편하다고 생각되는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하지만 작품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 고민 끝에 공무원이었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교직으로 나가게 됐다"고 회상했다.

안 교육장은 창원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부임한 2015년부터 옛 도심지역 학교살리기 사업인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고 있다. 이 사업은 학교 특색에 맞게 오케스트라, 애니메이션, 스포츠, 음악 등 학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이 스스로 찾아오는 학교로 만든다는 취지다.

그는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자유학기제를 초·중학교까지 확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추진하게 됐다"며 "처음엔 선생님들이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참여를 망설이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창원 남산초, 명곡여중, 합포여중 등 3곳에서 추진했다. 올 들어 남산중과 의신여중이 포함되면서 창원시 5개구에 1곳씩 참여하고 있다.

안 교육장은 "남산초의 경우 바이올린, 첼로 등 1인 1악기 운동과 1인 2외국어 교육을 하면서 다른 학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매년 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이 학교는 올해 1학년이 1학급 늘어났다"며 "예술활동을 하면서 학교 폭력도 줄어드는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손잡고 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은 큰 효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계속 노력하면 폐교 위기에 처한 옛 도심 학교도 반드시 활력을 찾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퇴직을 앞둔 시점에도 안 교육장은 '마지막 숙원사업'이라며 지역 중심 마을학교에 대해 큰 의지를 드러냈다. 마을학교는 지역 사회와 학교가 연계해 서로의 자원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일상에서의 배움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을학교는 영상, 연극, 뮤지컬, 목공, 환경, 문예 등 진로 직업 관련 주제를 교육한다.

그는 "창원 상일초와 안골포초에서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민의 호응이 매우 좋다"며 "마을학교는 지자체와 학교, 지역민과 학생들의 상생을 위한 공존 매개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교육지원청은 이 밖에도 '우분투' 뮤지컬 학교와 명견만리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안 교육장은 "우분투(Ubuntu)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의 남아프리카 반투어에서 유래된 말"이라며 "뮤지컬 학교는 청소년의 이기주의적 성향이 날로 증가해 뮤지컬 체험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우게 하려는 교육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명견만리' 프로그램은 21세기 글로벌 마인드와 문제 해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8개 학교 50여 명의 학생이 다음 달부터 8월까지 창원시 자매도시를 배낭여행하면서 경남교육과 창원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다.

안 교육장은 "교직에 몸담으면서 제자들이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자신의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큰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 전문직에 오래 머문 탓에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부대끼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는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가 그동안 못다 그린 작품들을 그리고 싶다. 작은 재능이지만 필요로 하는 곳에 찾아가 재능기부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