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억 원 영업 손실 부담에도
- 2년 연속 선수권 대회 유치
- 주민 위해 글램핑·콘서트도
- 골프 대중화, 세금 조정 필요

지난 25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 이른 아침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갤러리가 코스를 거닌다. 경기 마지막 날을 맞은 국내 최장수 골프 대회인 제60회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의 우승자를 맞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의미 있는 대회답게 마지막 홀까지 가서야 황중곤 선수가 최종 우승자로 확정되며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이 모든 모습을 홍세희(70) 에이원CC 대표이사는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홍세희 대표는 "골프 발전을 위해 2년 연속 KPGA 선수권 대회를 열었다"며 "지역에서 큰 대회가 열려야 골프 인기 부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효 기자

"겨울 동안 눈이 많이 와서 골프장 영업을 못 한 셈 치자고 했습니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KPGA 선수권대회를 유치한 홍 대표는 여자프로골프(KLPGA)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한 KPGA의 부흥을 위해 직접 오너를 설득했다. 지난해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과 함께 한 시즌에 30개가 넘는 대회가 열리는 KLPGA와 달리 KPGA는 인기와 규모 면에서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는 "대회 준비 기간까지 합쳐서 일주일 정도 영업을 못 하면 최소 3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KPGA에 기여하자는 차원으로 결정했다. 실제로 지난 겨울 눈이 왔다면 배로 손해를 입을 뻔했는데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웃었다.

홍 대표는 단순히 대회만 유치하기보다는 지역 주민과의 상생도 고민했다. 대회 기간 비어 있는 한 개 코스에서 지역 주민과 회원들을 대상으로 글램핑 이벤트를 진행했다. 텐트를 설치해 참가자들이 하루 동안 지내도록 하고 초대 가수를 불러 콘서트도 열었다. 양산시에서 추천받은 소외계층 아이들을 초청해 골프장을 둘러보는 기회도 제공했다. "아이들은 카트를 태워서 코스를 구경시켜주니 신이 났더군요. 벙커에 들어가서 노는 걸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골프와의 인연은 1973년 입사한 대우에서 해외 영업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실력이 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손사래 쳤다. "아직도 보기 플레이밖에 못 합니다. 오히려 한 달에 한 번도 안 치는 것 같네요." 2008년 3월부터 에이원CC를 맡은 홍 대표는 지역에서 더 많은 대회가 열려야 전체적인 골프 인기 부흥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메이저대회가 주로 수도권 아니면 제주도에서 많이 열리는데 이번 선수권과 함께 동래 베네스트CC에서 선보인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같은 이벤트 대회를 계기로 해 지역에서 많은 대회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골프라는 종목이 특성상 진입 장벽이 높다는 데 동의했다.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늘었지만 장비 구입부터 골프장 이용까지 다른 여가나 스포츠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퍼블릭 골프장이 많이 생기면서 가격이 낮아졌지만 아직도 문턱은 존재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골프장 입장객 수가 3700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그 정도면 국민 스포츠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아직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죠."

회원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2015년 기준 회원제 골프장은 전국 218개에서 196개로 줄어든 반면 퍼블릭 골프장은 265개에서 290개로 늘어났다. "예전부터 골프장이 사치 업소로 여겨지면서 세금을 많이 매기는 편이에요. 골프 인구가 늘어나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조세 제도는 손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음 해에 또 다른 대회를 열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홍 대표는 고개를 저으며 넌지시 은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요즘 골프장 사장 모임에 가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없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운영하는 게 아이디어 개발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어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눈에 안 보이는 것이 많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금방 고칠 점을 잡아낼 수 있을 겁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